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로 교제했던 여성을 스토킹 끝에 살해해 붙잡힌 40대 남성이 검거 직전 약을 먹어 제대로 조사받기 어려운 상태다.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는 살인 등 혐의로 A씨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오전 8시 58분쯤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도로에서 차량의 창문을 깨고 타고 있던 2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범행 직전 경찰로부터 지급 받은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즉시 도주로에 경력을 배치하고 추적해 이날 오전 10시 8분쯤 양평군의 한 도로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차량 안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약을 복용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A씨는 현재 의식은 있지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도 구인 절차를 미룰 수 없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피해자, 수차례 신고하고 경찰서 찾아 상담까지 받았지만…
B씨는 이전에도 가정폭력과 스토킹 등으로 A씨를 수차례 신고하고 경찰서를 찾아 상담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B씨는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호와 3호,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 2, 3호 적용 대상자였다.
이 조치에 따라 A씨는 B씨에게 전화·문자·SNS 등 전기통신을 이용해 연락할 수 없다. 주거·직장 등 100m 이내 접근도 금지다.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B씨의 가정폭력 신고 후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법원은 임시조치를 결정했다.
B씨는 지난 1월 22일 A씨의 접근이 이어지자 경찰서를 찾아 상담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맞춤형 순찰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B씨는 같은 달 22일 자신의 차량에서 A씨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스토킹 및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해 잠정조치 1~3호를 결정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도 이 사건의 책임 관서로 구리경찰서를 지정하고 지난 2월 27일 구속영장 신청과 잠정조치 4호 신청을 검토하도록 지휘했다.
구리경찰서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A씨에 대한 영장 신청 등을 검토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B씨는 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A씨에 의해 살해됐다.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 경보 역할하지 못해…실효성 또 제기
이번 사건에서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가 피해자와 당국에 미리 위험을 알리는 경보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자발찌는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하지만, A씨의 전자발찌는 과거 다른 성범죄로 인해 부착돼 B씨와 관련된 범죄나 보호조치 상황에 반영되지 않았다.
스마트워치에 전자발찌와 직접 연동되는 기능은 없다. 다만, 스토킹범죄 잠정조치 3-2호로 착용하는 전자발찌의 경우 피해자 휴대폰 앱 설치를 통해 전자발찌 대상자 접근 시 경보 조치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보호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7월에도 의정부시에서 스토킹 피해를 당한 50대 여성이 경찰의 긴급응급조치 대상자로 분류돼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지만 살해됐다.
같은 해 4월 대구에서도 스토킹 피해 여성의 신고에도 주거지에 침입한 피의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울산과 대전 등지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스토킹, 교제 살인 혹은 살인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