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5의거 기념식에서 이승만 정권의 몰락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를 함께 언급하며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의 의미를 강조했다. 과거 독재 정권의 종말과 최근 계엄 사태를 같은 역사적 흐름 속에 놓으면서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메시지를 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15일 경남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6주년 3·15의거 기념식에 참석해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3·15의거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6년 만이며, 2010년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로는 처음이다. 그만큼 3·15의거의 역사적 의미를 직접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960년 3·15의거와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나란히 언급했다. 그는 "3·15의거가 우리 역사에 남긴 교훈은 저절로 오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이라며 "세월이 흘러도 가슴과 뇌리에 새겨진 상처와 기억, '그래도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역사적 믿음이 모여 2024년 12월 3일 밤 내란의 어둠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산의 시민과 학생들이 맨몸으로 총칼에 맞섰던 것처럼 2024년 겨울밤 국민 역시 맨몸으로 계엄군을 저지했다"며 "1960년 3월 15일이 그랬던 것처럼 2024년 12월 3일 역시 영구집권의 야욕을 국민 주권의 지혜가 물리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15의거는 1960년 대통령·부통령 부정선거에 항의해 마산 시민과 학생들이 중심이 돼 벌인 시위로, 경찰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유혈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된다. 당시 희생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면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고, 이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결국 이승만 정권은 4·19 혁명으로 붕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 배경에 대해 "3·15의거가 역사적 의미에 비해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점을 대통령이 늘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며 "우리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된 사건이라는 점을 짚고 헌법 질서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는 중동 정세 악화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는 등 경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3·15의거 기념식 참석을 통해 정권 출범의 핵심 가치인 '국민 주권' 메시지를 다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출범 이후에도 보훈 행사에 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을 초청하고 관련 기록과 예우를 확대하는 등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 부부는 이날 기념식 이후 창원 반송시장을 찾아 장바구니 물가를 살피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반송시장을 찾은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4년 3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역 일정에서 시장을 꼭 방문하는 이유는 초심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