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조승연)의 단독 콘서트를 처음 간 것은 2023년 5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첫 월드 투어 '우리'(OO-LI) 때였다. 당시 미니 5집 수록곡 중 우즈가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이제 너무 유명해져 버린 '드라우닝'(Drowning)의 라이브도 이날 처음 들었다. 규모를 키워 그해 10월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앙코르 공연에도 '드라우닝'은 세트 리스트에 있었다. '정밀함'과 '호소력'을 모두 잡은 훌륭한 라이브와 팬들과 떼창을 주고받는 구성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육군 군악대 복무 시절 KBS2 '불후의 명곡'에 나와 불렀던 라이브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었고, 입소문에 힘입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기 시작했고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연간 1위'(2025년 기준)에 올랐다. 대표곡이자 최고 히트곡인 '드라우닝'은 우즈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다.
15일 오후 4시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우즈 월드 투어 - 아카이브. 1 인 인천'(2026 WOODZ WORLD TOUR 'Archive. 1' IN INCHEON) 마지막 날 공연에서, 우즈가 본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가늠하는 척도 역시 '드라우닝'이었다. "저를 아예 모르고 오신 분"과 "저를 아는데 '드라우닝'밖에 모른다"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세트 리스트 중 '드라우닝'은 10번째였다. 사무치게 그리운 감정에 집착하는 독백 같은 '사모', 현악기 연주와 힘을 뺀 보컬이 어우러진 '글래스'(GLASS), 쓸쓸한 오르간 연주로 시작해 파워풀한 기타와 드럼의 존재감이 점차 부각되며 우즈 특유의 찌르는 듯한 고음 가창과 음색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아일 네버 러브 어게인'(I'll Never Love Again) 뒤에 배치됐다.
폭우가 오는 것으로 어느새 달라진 화면이 뜨며, 우즈는 '드라우닝'을 불렀다. 2절 후렴에서는 "다 같이!"라며 관객의 떼창을 유도했다. 고음이 잦고 내지르는 구간 이후 다시 중저음으로 전환해야 하는, 원작자인 본인조차 노래방에 가면 "100점 맞기가 힘든" 까다로운 곡이 '드라우닝'이었으나, 이날도 우즈는 언제나처럼 시원한 라이브를 들려줬다. 흔들림이라곤 없었다.
그렇지만 우즈는 특정 곡이나 장르에 국한되지 않았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무대 위에 펼쳐냈다. 지난 4일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 '아카이브. 1'(Archive. 1)만 해도 랩 메탈·로큰롤·팝 펑크·컨템퍼러리 재즈·얼터너티브 알앤비(R&B) 등 여러 장르를 담아낸 앨범이다. 정규 1집 수록곡 17곡 전 곡을 포함해 30곡이 훌쩍 넘는 무대를 하면서 '올라운더'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팬들의 취향을 조사해 보겠다며 스스로 든 예시만 록·알앤비·발라드·랩까지 4개였고, 각 장르를 '우즈답게' 풀어냈다. '블러드라인'(Bloodline) '다운타운'(Downtown) '더트 온 마이 레더'(Dirt on my leather) 세 곡으로 조합한 오프닝만 봤을 때 그는 완연한 '록 스타'였으나, 댄서들과 합을 맞추는 무대에서는 아이돌 출신의 춤 실력을 뽐냈고, 살짝 끈적한 분위기의 재즈와 알앤비를 내놓는가 하면, '비행' 등의 일부 곡에서는 랩을 쏟아냈다.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선보이면서도 그 모든 것을 '알맞은 옷'처럼 소화한 데에는, 단단한 실력과 내공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술이 점점 더 고도화되면서 이게 라이브인지 라이브인 척하는 눈(귀)속임인지 구별하는 데 많은 수고가 필요한 요즘, 우즈는 말 그대로 '라이브'를 들려줬다. 쨍함이 두드러지는 진성도, 좀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가성도 자유롭게 오가는 우즈를 보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튼튼한 성대'와 '고른 완성도'였다.
그룹이 아닌 솔로이기에 전 곡을 오롯이 홀로 불러야 하는데도 우즈는 지친 기색이라곤 없어 보였다. 첫 멘트 때 "오늘은 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려보려고 한다"라고 선전 포고했던 우즈는, 이미 스무 곡 넘게 부르고 나서도 "앞으론 달릴 일밖에 안 남았다"라고 재차 말했다. '스톱 댓'(STOP THAT) 무대 때는 "마지막까지 달려야죠?"라며 관객을 기립시켰다. 사실 달리지 않은 구간이 없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특히 우즈의 첫 정규앨범을 잘 들은 청자라면 이번 공연이 더 반가웠을 것 같다. 정규앨범이라고 해도 적게는 7~8곡이 실리는 추세와 다르게, 우즈는 그 두 배쯤 되는 규모로 컴백했다. 더블 타이틀곡 '휴먼 익스팅션'(Human Extinction)과 '나나나'(NA NA NA)를 비롯해 '00:30' '슈퍼 레이지'(Super Lazy) '하루살이' '화근' '비행' '블러드라인' '다운타운' '스톱 댓' '몸부림' '빕'(BEEP) '플라스틱'(Plastic) '글래스' '시네마'(CINEMA) '사모' '투 마이 재뉴어리'(To My January)까지 17곡 전부를 공연에 올렸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서면 인터뷰에 따르면, 우즈가 "곡이 가진 파괴적인 힘에 끌려 다시 듣다 보니 타이틀곡까지 오게 된" 곡이 '휴먼 익스팅션'이고, "멜로디와 트랙이 잘 나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 '나나나'다. 어떤 것이 더 나은지 물었을 때 팬들은 '휴먼 익스팅션'을 선호했다. 우즈는 "정말 마이너한 이 노래가 '나나나'를 솔직히 넘길지 몰랐다"라며 놀라워했다.
새 앨범 수록곡 중에서는 더블 타이틀곡을 포함해 4번 트랙 '화근'과 12번 트랙 '빕'이 취향이었다. 도입부부터 귀에 꽂힌 '화근'에서는 우즈도 기타를 메고 올라갔다. 때로는 익살맞고, 한편으로는 상당한 기교가 필요한 기타 연주가 곡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루비한 베이스와 기타, 담담한 드럼이 조화로운 '빕'은 보사노바 기반의 컨템퍼러리 재즈 트랙 '빕'은 살짝 힘을 빼고 은근하게 다가오는 곡이어서 신선했다.
"[10년 넘게 멋있는 춤을 추는 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하지만 모르겠고, 앞으로도 난 열심히 몸부림을 칠 것이다"라는 소개 글부터 범상치 않다고 여긴 '몸부림'은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가장 특이한 노래였다. 댄서들과 처음으로 같이한 무대였던 '몸부림'은 가사 자체만으로는 딱히 그렇지 않은데 우즈의 목소리로 들었을 때 한층 더 옛스러운 문어체로 들리는 신비함이 있었다. 비명으로 시작해 폭풍 랩이 등장하고 그로울링으로 맺는 '비행'은 '랩 하는 우즈'를 좋아하는 청자에게 우선 추천할 만한 곡이었다.
아일랜드(돌출) 무대에서 기타, 건반 연주와 함께 어쿠스틱 메들리로 선보인 구간은 분위기를 환기했다. 건반과 기타 연주가 아름다웠던 '주마등'부터 달콤한 세레나데 '멀티플라이'(Multiply), 휘파람과 통기타로 시작해 생각보다 경쾌하게 전개되며 우즈의 가성 매력을 실감하게 되는 '안녕이란 말도 함께'(Hope to be like you)를 들려줬다.
2시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공연의 앙코르 첫 곡은 '스톱 댓'이었고, '난 너 없이'와 '범프 범프'(BUMP BUMP)까지 내리 3곡을 불렀다. 떼창 유도 곡인 '범프 범프'는 여러 차례 나와 관객의 떼창이 계속됐다. 우즈는 "'저는 이번 '범프 범프' 편곡이 마음에 든다"라며 "되게 신나는 후주가 생겨서 '범프 범프'가 너무 좋다"라고 만족했다.
첫날 공연에서 아쉬운 점이 많아, 공연 리뷰만 2시간 하고 리허설하는 시간을 늘렸다고 고백한 우즈. 그는 "오늘 아침에도 일찍 왔다. 메이크업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리허설을 한 세 시간가량을 했다"라고 부연했다.
우즈는 "콘서트 하는 중에도 아쉬웠고 행복했고 뿌듯했다. 앞으로도 제가 저다운 앨범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인간으로서도 바른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사람이 될 테니 응원 부탁드린다. 저 우즈라는 뮤지션의 새로운 챕터의 일부분인 여러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이 에너지 잘 받아서 몸 건강히 투어 잘 다녀오겠다"라고 말했다.
인천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우즈는 이후 아시아·유럽·오세아니아 등 총 17개 도시에서 2026 월드 투어 '아카이브. 1'을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