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美 침공 하루 전, 中 대만 주변 전투기 뺐다

[강성웅의 글로벌 포커스]
中 군용기, 대만 위협 11일간 멈춰
美 이란 침공 하루 전부터 '조용'
中 이례적 '자제', 美에 '안심' 신호
美, 인태 무기·병력 빼 중동 투입
NYT "美 안보 공약, 믿기 어려워"

미국의 이란 침공 하루 전날인 지난 2월 27일, 중국이 대만에 대한 위협 비행을 중단했다. 사진은 중국 국방부가 지난 3월 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인민해방군 공군 모부대의 훈련 모습.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최근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인민해방군 군용기의 무력 시위 비행을 일시 중단했다. 늘 하던 것을 멈춘 것이어서 그 배경이 의문이다.

우선 지난 2월 27일 오전 6시부터 3월 6일 오전 6시까지 1주일 간, 중국은 전투기나 정찰기 등을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진입시키지 않았다. (출처: 대만 국방부 발표)

미국의 민간 기관인 전쟁연구소(ISW)는 "이 7일이 지난 2021년 이후 대만 주변에서 중국 공군기가 활동하지 않은 가장 긴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어 3월 6일을 제외하고, 추가로 4일 동안 (3월 7일 오전 6시~3월 11일 오전 6시)에도 군용기를 대만 주변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요약하면, 2월 27일 오전 6시부터 만 12일 사이에, 단 하루만 빼고 11일 동안 중국 공군이 대만 주변에서 위협 비행을 중단한 것이다.

그 직전까지는 거의 매일 중국의 전투기, 정찰기, 심지어 전략 폭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 또는 방공식별구역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중국 군용기의 '선 넘기'는 지난 2020년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급격히 늘어나더니 점차 일상화됐다.

대만의 방공 전력을 소모시키고 대만인을 정신적으로 굴복시키려는 심리전의 일환이다.

중국은 11일 동안 중단됐던 군용기의 무력 시위를 일단 3월 11일부터 재개한 상태다.

위 지도에서 중국 본토와 대만섬 사이에 그어진 실선이 대만해협 중간선이다. 대만 국방부가 발표한 이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월 28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중간선이나 대만의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군용기를 진입시키지 않았다. 같은 기간에 대만 북서쪽에서 발견된 (정찰용) 풍선①도 오른쪽으로 빠져나갔다. 중국 군용기는 하루전인 2월 27일부터 대만 위협 비행을 멈췄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대만해협 중간선 및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 상황을 매일 공개한다.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이 대만 주변 상공에 군용기의 진입을 11일 동안이나 중단한 것은 그 자체로 확실히 이례적이다.

같은 기간에 중국 함정들은 대만해협 주변에서 활동을 지속했지만, '군용기의 월선 중단'에만도 모종의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지난 3월 5일, 중국군이 이미 올해 초부터 대만 주변 위협 비행의 횟수를 전년 대비 46.5%나 줄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것이 오는 31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분위기 개선용 조치라는 대만 관리들의 해석을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 2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행정부의 110억 달러 (약 16조 원) 어치 무기 판매 결정을 의회도 승인했지만,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부가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문제는 2주 뒤에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협상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군용기 무력 시위 중단은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위장 전술일 수 있다.

지난 해 10월 30일 부산 김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이 양회 기간에 불필요한 군사적 마찰을 줄이고 국내 안정에 집중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위협 비행을 멈췄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올해 양회 기간(3월4일~12일)은 인민해방군 공군이 월선을 일시 중단한 때와 6일 정도 겹친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 축소가 중국군 내부의 잇단 숙청의 여파라는 전문가의 해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민해방군 2인자였던 장유샤(張又俠)가 축출된 뒤 지휘체계가 개편되면서 대만의 대응 태세에도 변화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이란을 침공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 1월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 72)를 중동지역에 파견했다. 사진은 지난 2월 7일 미국 중부사령관 브래드 쿠퍼 (Brad Cooper) 제독이 아라비아해를 항해 중이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탑승한 모습.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홈페이지 캡처

중국 공군기의 이례적인 '월선' 중단을 미국의 이란 침공과 연관지어 해석할 여지도 있다.

대만에 대한 위협 비행이 그친 시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개시 하루 전날이다.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서태평양지역 미군의 동태를 미리 파악한 중국이, 무력 시위를 '자제'함으로써 미국에 '안심' 신호를 보내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미 1월에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돼 있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중동 해역으로 이동 완료했다. 

개전 직후인 3월 초에는 한국에서 방공 무기인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역시 중동으로 반출해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굳이 대만 주변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군사적 무력 시위를 관행적으로 계속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자세를 낮추고 사태를 주시하면서 미군의 재배치가 아시아에 초래할 힘의 공백을 노리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을 파견해 달라는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중국이 거부한 것도 예상 범위 내의 반응이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무기와 장비 부족을 겪고 있는 미군을 중국군이 나서서 도와줄 이유는 없다.

미국은 해군의 강습상륙용 트리폴리함 (LHA7)을 중동으로 급파했다. USNI 뉴스에 따르면 트리폴리함(사진 오른쪽)은 3월 둘째 주 초까지 필리핀해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이 사진은 2022년 9월 17일 동중국해에서 트리폴리함이 강습상륙용 아메리카함(LHA6, 사진 왼쪽)과 함께 항해하는 모습. 미 해군 홈페이지 캡처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견제가 중요 임무인 인도태평양 사령부 소속 미군 전력의 중동지역 파견은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한 지 만 2주가 된 시점에,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이던 미군 제31 해병원정대(31st MEU) 를 전쟁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제31 해병원정대에는 강습상륙용 '트리폴리 (Tripoli)함'에 탑승한 해군 및 2,200명의 해병대원이 소속돼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 소속 매체 'USNI 뉴스'는 지난 13일 이렇게 소개하면서, 트리폴리함에는 5세대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 F-35B 19대가 탑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31 해병원정대가 현재 중동에서 작전 중인 제럴드 포드 및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타격단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해병 원정부대가 보통 5천 명으로 구성된다고 전해, 실제 파병 규모는 더 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의 중요 병력과 자산이 이란과의 전쟁에 속속 투입되고 있다. 사진은 이번에 중동으로 이동하는 미군 제31 해병원정대가 지난 2025년 7월 1일 호주 퀸즐랜드에서 수송훈련을 하는 모습. 제31 해병원정대(31st MEU) SNS 엑스(X) 캡처

서태평양에 배치됐던 최강의 미군 병력과 자산이 이란 전선으로 빠져나가면서 이 지역 안보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일 미군의 중동 차출이 확인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신문은 지난 13일, 그동안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대한 안보 공약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믿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핵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한국에서 미국이 사드를 빼간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사드는 미군 최고의 미사일 방어수단이다. 미국은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 사드를 배치했다.

뉴욕타임스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이번 무기 반출은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이 예상보다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란 침공은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 중심의 이른바 '돈로주의'를 공식화한 이후 처음 벌어진 대규모 전쟁이다.
 
사드 반출, 주일 미군 파병, 군함 파견 요구가 끝이 아닐 수 있다. 주한미군 차출을 포함한 그 이상의 상황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3월 7일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Dover)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유해 귀환 행사에서 거수 경례를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원하는 만큼 때리고 필요할 때 종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큰소리를 치고 있다.
 
하지만 그조차 향후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마무리될 지 잘 모를 가능성이 있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어렵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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