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미성년 1년 하향보다 촉법소년 강제수사 도입이 효과적"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자료 (피해자 제공)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공론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추기보다는 10세 이상 촉법소년에 대한 강제수사 근거를 마련하도록 소년법을 정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김혁 교수는 18일 성평등가족부가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을 주제로 개최한 공개포럼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포럼은 성평등부가 다음 달까지 약 두 달간 진행하는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의 첫 공개포럼이다.

김 교수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다양한 찬반 의견이 오갔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촉법소년과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연령을 한 살 낮추는 것이 실제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촉법소년 연령 1년 인하, 실효성 제한적"


연합뉴스

김 교수는 '형사미성년자 연령 및 촉법소년 연령 조정 논의에 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경찰서장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 소년부로 송치하는 점에 주목해 경찰청과 법원행정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촉법소년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촉법행위 유형별로는 절도와 폭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강간·강제추행 등 강력범죄도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한 살 낮추는 방식이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립부경대 김혁 교수 발표자료 중 캡처

국립부경대 김혁 교수 발표자료 중 캡처

이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주장은 결국 13세 소년에게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연령을 하향하더라도 13세 소년에 대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실제 2023년 검찰의 범죄소년(14세 이상~19세 미만)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전체 5만5009명 가운데 구공판 인원은 4863명으로 8.8%에 불과했다. 같은 해 소년 형사공판 사건 1심에서도 피고인 3023명 중 정기형은 15명(0.5%), 부정기형은 1045명(34.6%)에 그쳤고, 1042명(34.5%)은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사건으로 전환됐다.

그는 "책임연령을 하향하더라도 실제로는 실형 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개정이 상징적 입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김 교수는 소년법의 절차적 한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촉법사건은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소년법 절차에 따라 처리되는데, 소년법은 형사소송법에 비해 절차 규정이 매우 간략해 수사 절차에 관한 규정이 사실상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로 신병 확보가 필요한 경우에도 현행 법체계에서는 촉법소년에 대한 체포나 구속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장물 확보나 디지털 성범죄처럼 신속한 증거 확보가 필요한 경우에도 임의제출 외에는 강제수사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나는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일부 인식 역시 이러한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령을 하향하더라도 10~12세 촉법소년 사건에서는 동일한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며 "단순한 연령 인하보다 조사 절차를 명확히 규율하는 방향으로 소년법을 정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상징적 경고 필요…피해자 회복도 중요"


패널로 참여한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정의롬 교수는 연령 하향이 실체법적 효과보다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선언적 차원에서라도 연령을 13세로 낮춰 시대적 요구와 국민 법감정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형벌 가능성을 열어두되, 실제로는 보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처분이 이뤄지도록 처우 프로그램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며 "13세냐 14세냐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 실질적 보호처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회복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교수는 "연령 조정의 목적은 처벌 확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가해자의 반성과 함께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하는 회복적 사법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 상록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문덕주 경사는 "현장에서 피해 학생들의 고통과 법망을 비웃는 가해자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1953년에 머물러 있는 법 체계를 현대 청소년의 성숙도와 범죄 양상에 맞춰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난 9년간 학교 현장을 누비며 피해 학생들의 눈물과, 법망을 비웃으며 '나는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가해자들의 일그러진 미소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문 경사는 "연령 하향은 단순한 엄벌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묻는 경고이자 피해자에 대한 위로"라며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한해 선별적 엄벌을 취하는 탄력적 운영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제도 보완책으로 소년교도소 확충과 우범소년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 근거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 1차회의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우측)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 장관 왼쪽으론 협의체 공동·민간위원장을 맡은 노정희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석좌교수). 연합뉴스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론화 본격화…두 달간 논의


한편, 서울가정법원 김동건 부장판사는 최근 촉법소년 사건 증가의 배경으로 사회 구조 변화를 지목했다. 김 부장판사는 "촉법소년 사건 증가는 신종 범행 유형이 늘어난 데 따른 측면이 있다"며 "무인화·자동화 등 사회경제적 변화, 교육환경의 제도적 변화에 따른 법적 분쟁 증가,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SNS 이용 연령 하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 같은 증가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원인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사회규범과 준법의식을 함양할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디지털기기 확산과 AI 기술 발전에 대응한 디지털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SNS 등을 통한 유해정보 노출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론화는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기준 변화가 없었던 연령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법무부 제안에 대해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이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두 달간 관련 부처가 쟁점을 정리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을 내리자"고 주문했다.

성평등부는 지난 6일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논의를 본격화했다. 협의체는 민간 전문가와 정부 고위공무원단으로 구성되며, 원 장관과 노정희 전 대법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성평등부와 협의체는 전문가 숙의와 함께 100인 시민참여단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고, 다음 달 중순 2차 공개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