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현지에 발이 묶인 우리 선원들을 대상으로 위성 통신 등을 활용한 의료 관리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원격 의료 장비 등 시스템 보급률이 낮아 전쟁과 같은 위험 상황에 대비한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선원 181명 대상 건강 상태 점검 강화…정신 건강 상담 창구도 마련
19일 CBS 취재를 종합하면 해양수산부는 협약 의료 기관인 부산대병원과 함께 선원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선내 장기간 체류 중인 선원에 대한 건강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해수부는 현지 선박과 다양한 형태로 통신이 가능한 만큼, 모바일 메신저나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건강 이상이나 이상 징후가 생길 경우 해수부나 병원 측에 곧바로 이를 알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
우리나라 선박 26척에 탄 선원은 국적에 상관없이 건강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선박에는 우리 선원 144명과 외국 선원 450여 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 선박에 타고 있는 우리 선원 37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대병원 측에 한 차례 상담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부상이나 건강 이상이 아닌 정기적인 문진 수준의 상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노련 등의 요청에 따라 선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선내 고립이 길어질수록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나 사태가 끝난 뒤 후유증을 호소하는 선원이 증가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국선원고용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상담 창구를 마련했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위험 지역 내 선박에서 사실상 발이 묶인 상태가 지속되면 정신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이후에 트라우마도 오래 남을 우려가 있다"며 "현재 안전이나 신체적인 건강과 함께 정신건강도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원거리 관리 한계…'원격의료지원' 인프라 확충 시급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수부가 진행 중인 원격 의료 지원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해수부는 지난 2015년부터 부산대병원과 협력해 외항선과 원양어선을 대상으로 '해양원격의료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에 모니터 등 원격의료장비를 설치해 의료기관이 24시간 선원 상태를 진단하고 응급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원 대상 선박은 200여 척으로 보급률은 전체 외항·원양어선의 10%대에 불과하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 중에도 이 원격 진료 장비를 설치한 배는 극소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는 원격 의료 지원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 다양한 통신 채널로 현지 상황을 확인하고, 곧바로 상담도 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춘 상태라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지에 있는 선박은 유선이나 메신저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건강 상태를 전달할 수 있고, 선박에도 의무적으로 의료 관리자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모니터 등 원격 진료 장비를 갖출 경우 의료진이 보다 빠르게 상태를 확인하고 조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현재 해양원격의료지원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우리 선박은 해협 주변 주요 항만에 정박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원들은 선내에서 대기하며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선원 두 명이 정기 교대 일정에 따라 배에서 내렸지만, 그밖에 하선 요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이나 선원의 직접적인 공격 피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