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자족기능" 당근책 내건 국토부…과천시는 '빗장'

李정부 주택계획 후속 대책 구체화
자족용지↑…과천 미래 먹거리 확장
국토부 제안에 응하지 않는 과천시
"정부 지원책에 여론 어떨지 주목"

과천 경마장 이전 및 주택 추가 공급 반대 1차(위), 2차 집회 본행사 현장 모습. 독자 제공

경기 과천시가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연계한 협의에 응하지 않으며 '빗장'을 걸어 잠갔다.
 
국토교통부는 산업·교통 지원을 포함한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향후 지역 여론 변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부, AI첨단산업+기반시설+교통망 '지원책' 구체화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과천시 내 주택 추가 공급(9800호)과 연계해 △산업 자족용지 △생활기반시설 △교통망 확대 방안 등을 공식화했다.
 
최근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경마장·군부대 이전부지에 기존 과천지식정보타운(이하 지정타)보다 높은 비율의 기업용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정타의 자족용지는 축구장 34개(약 24만㎡, 전체 개발부지의 17.8%)와 맞먹는 규모다.
 
이곳에 정부의 주력산업인 인공지능(AI)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것.
 
이에 더해 인근 서울 양재 AI특구, 서리풀지구 AI특화단지와 연결, 대규모 일자리와 지자체 세수입을 신규 창출하고, 각종 생활기반시설 건립을 병행해 첨단 직주근접의 '자족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주택 추가 공급에 따른 교통영향을 고려해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며, 각 지자체의 건의안을 접수하고 있다. 접수 기한은 오는 5월 4일까지다.
 
국토부는 주택복합개발 구상에 대해 각 지자체와 꾸준히 협의해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제안에 과천시 "주택 반대 입장 변함없어"

과천시청사 전경. 박창주 기자

하지만 과천시는 국토부의 손을 잡지 않고 있다. 현재 시는 정부의 주택 추가 공급과 관련한 지자체 건의안 제출에 대해 내부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공급과 복합개발 확대를 위한 지자체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는 국토부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는 정부의 일방적 주택공급은 기존 지역의 교통망과 기반시설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미 지정타에 더해 3기 신도시와 원도심 주택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어 '포화' 상태라는 취지다.
 
이 같은 시의 입장은 야당 주도로 주택정책에 거세게 반발하는 지역 일각의 여론과도 맞물려 있다. 경마장 이전과 주택공급 반대에 앞장섰던 전·현직 주민대표 2명은 국민의힘 과천시의원 공천 신청을 하며 정부정책에 대한 저항 전선을 넓히고 있다.
 
경마장 세수입을 잃고 극심한 교통난에 빠지는 등 '과천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천시 관계자는 "교통 대책안을 건의하라는 국토부 요청에도 내부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을 설득하려면 먼저 정부부처가 구체적 대책들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과천 미래비전 위한 '기회'로 삼자는 논리도 팽팽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 과천지역 시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독자 제공

이런 가운데 지금처럼 정부부처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할 경우, 그간 지역에서 요구돼 오던 교통망과 자족기능 개선마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된다.
 
이에 여권을 중심으로 경마장 일대 기업용지에 유엔 AI 허브 등 이 정부에서 구상 중인 첨단산업단지 등을 유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의 입장과는 달리 과천도시공사 측도 지난 1월 기관장 언론인터뷰를 통해 과천·주암지구 택지개발 이후 도시계획 변화를 예고하면서 경마장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다. 도시개발을 다루는 시 산하 공기업으로서 이미 경마장 땅의 활용법을 내부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마장 부지 개발은 지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거론된 것은 물론, 국민의힘 최기식 의왕과천당협위원장 역시 경마장 이전과 첨단산업단지 조성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다만 그는 현 정부의 주택개발에 반대하며 삭발 투쟁에 나섰다.
 
지역 내 찬반 의견이 엇갈린 만큼, 향후 여론 변화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지자체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10년 사이 시가 한국마사회로부터 받는 세수입이 '반토막' 난 것도 지역 여론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연간 시가 마사회로부터 받는 세입액은 480억원 안팎 규모다. 이는 지정타 개발로 얻게 된 세수입과 엇비슷하다. 주택·기업 입주 확대와 고가의 부동산 시세로 지정타 세수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국토부의 주택복합개발도 새로운 대규모 세수 확보가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경마장 이전에 따른 세수 감소가 정부정책의 반대 명분으로 계속 힘을 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월 6일자 "[단독]과천시 경마장 세수입, 10년 새 '반토막'…"경쟁심화""/2월 5일자 ""집값하락"vs"균형발전"…李정부 주택계획에 갈라진 과천"]
 

전문가들 "정쟁 도구화 수순…여론 흐름 주목해야"

과천시 내 원도심 일대 전경. 과천시 제공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어디냐에 따라 표정이 엇갈리며 '정쟁 도구화'가 된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지자체 협조 여부를 떠나 국토부가 내놓을 후속대책들에 대한 시민들 반응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과거부터 경마장 이전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교통대책‧자족기능 대안까지 추진한다는데 계속 반대만 하는 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다수 시민들은 중앙정부사업으로서 어떤 실효성 있는 대안들이 나올지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전통적으로 부동산 기득권을 옹호하는 성향이 강한 지역이기 때문에 보수정당 중심으로 주택공급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치열한 정쟁 도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태릉CC 부지에 6800호 규모로 주택 공급이 계획된 서울 노원구는 국토부에 건의안을 제출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신규 철도·도로 확충과 도시인프라 개선, 문화재 보호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정부정책 취지에 공감하고, 지역에 일부 반대 움직임은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