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 대항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7년 만에 8강에 진출한 한국. 역시 17년 만의 4강 진출은 무산됐지만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도 인정할 만큼 한국 야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19일(한국 시각) 2026 WBC에서 본선에 오른 8개국을 결산하는 기사를 실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일본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이 다음 대회를 앞두고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 매체는 한국에 대해 "지금처럼 경기를 하라"는 소제목으로 다뤘다. 일단 디애슬레틱은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의 조별 리그 승자와 8강전에서 붙어야 하는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대진이었다"고 전했다. 메이저 리그(MLB) 슈퍼 스타들이 즐비한 두 팀과 전력 차이를 짚은 것.
류지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14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도미니카공화국과 8강전에서 7회 0-10 콜드 게임 패배를 안았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 우승팀이었지만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힘의 대결에서 밀릴 정도였다.
디애슬레틱은 "KBO에는 많은 재능이 있고, 한국은 이전에 준결승과 챔피언 결정전에 출전한 적이 있다"면서 "결국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 WBC에서 2006년 초대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후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이번 대회 본선 진출, 1차 목표를 이뤄냈다.
특히 한국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C조 조별 리그 난적 호주와 최종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일본, 대만에 패한 한국은 본선 진출권이 걸린 조 2위를 위해서는 반드시 호주를 2점 차 이내로 묶고 5점 차 이상으로 꺾어야 했던 상황. 호주는 대만을 꺾고 최강 일본에도 1점 차로 지는 등 강한 전력을 자랑한 터였다. 그러나 한국이 9회초 극적으로 7-2를 만든 뒤 9회말을 지켜내 일본에 이어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게 됐다.
주장 이정후(샌프란시스코)는 9회말 천금의 수비로 한국을 구해냈다. 1사 1루에서 릭슨 윈그로브의 잘 맞은 우중간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만약 빠졌다면 1점을 줄 수도 있던 장타성 타구, 그러나 9회말 수비를 앞두고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위치를 바꾼 이정후가 슈퍼 캐치로 실점을 지웠다.
또 문보경(LG)는 조별 리그 4경기에서 타율 5할3푼8리(13타수 7안타), 2홈런, 1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11타점은 역대 WBC 1라운드 최다 기록이다. 또 가장 중요했던 호주와 경기에서 5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으로 KBO 리그 챔피언 4번 타자의 힘을 보여줬다.
kt 안현민도 호주와 경기에서 천금의 타점을 올리는 등 지난해 KBO 리그 신인왕의 위력을 보였다. 디애슬레틱이 KBO 리그의 재능을 주목한 이유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도 투수진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확실하게 경기를 책임져줄 에이스의 부재다. 한국 나이로 불혹이 된 류현진(한화)이 16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대만,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 선발 등판하고, 42살의 노경은(SSG)이 필승조로 활약한 현실이다.
이 매체는 한국과 함께 8강전에서 탈락한 일본에 대해서는 "더 좋은 감독을 뽑으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이 포지션 제약 때문에 수비력을 희생해 스타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고, 상대의 강력한 타선에 대응할 수 있는 불펜진도 갖추지 못해 선발 투수 이토 히로미(니혼햄)를 베네수엘라와 8강전 1점 차 긴박한 상황에 기용한 것은 실수였다는 것이다.
반면 디애슬레틱은 베네수엘라의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오마르 로페즈 감독이 투수진이 삼진을 잡지 못하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수비력을 중시하는 기조를 보였다는 것이다. 준우승팀 미국에 대해서는 젊은 유망주들을 더 기용해야 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