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트럼프를 아직도 믿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국익과 실리를 위해 한국군을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파병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부 정치인들이 파병론을 들고 나섰다. 안철수, 박수영, 조정훈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안철수 의원은 '호르무즈 파병으로 핵 추진 잠수함과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등 안보, 경제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영 의원 역시 '한국 선박과 선원들이 볼모로 잡혀 있다'며 '유가와 환율, 물가 관리를 위한 선제적 파병'을 주장했다. 조정훈 의원도 '일본이 파병을 (먼저) 선언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좁아진다'며 즉시 파병 결정을 요구했다.
 
이들 파병론자들은 파병이 곧 국익이라고 본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페르시아만 안쪽에 갇혀 있는 한국 선박 40여 척과 선원들을 구조할 의무를 정부는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의 생명과 언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임을 강조한다.

또한 파병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함으로써 국내 유가와 공급망 안전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선제적 파병으로 향후 트럼프로부터 관세 혜택과 여러 안보 약속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실리적 측면도 주요하게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장미빛' 파병 주장은 적지 않은 오류를 안고 있다.

우선 유가를 보자. 파병을 한다고 국내 유가가 안정되지는 않는다. 파병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린다고 해도 전쟁이 어어진다면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게 된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거나 반대로 이란이 주변 산유국의 에너지 시설을 친다면 국제유가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즉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유가는 진정되지 않는다. 파병으로 고유가를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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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을 하면 트럼프가 나중에 한국을 잘 봐줄 것이라는 주장도 현실적이지 않다. 집권 1, 2기를 거치면서 트럼프에게는 신의와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자명하게 드러났다. 집권 1기 때 북폭 준비까지 했다가 하루 아침에 김정은과 전격 협상으로 방향을 180도 틀더니 막상 협상 타결 직전에 '노딜'을 선언하는 변덕을 부렸다. 집권 2기를 시작하자마자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안겼다. 그는 동맹국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오히려 동맹국 안보를 위해 미국이 엄청난 희생을 하고 있으니 더 내놓으라고 동맹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 결과 당초 겨냥했던 중국보다 한국과 일본, 독일 등 핵심 동맹국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됐다. 트럼프는 한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15%로 끝내놓고도 두 달 여만에 다시 25%로 환원할 것이라고 말을 뒤집었다. 이를 빌미로 한국에게 약속했던 핵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허용 등 안보 문제도 질질 끌고 있다.

이번 이란과 전쟁도 트럼프의 비상식과 변덕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습 전까지 미국과 이란은 핵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협상 참가자들은 이란이 상당한 양보안을 제시해 협상이 타결 직전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예상을 깨고 협상 타결 대신 전쟁을 택했다.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서는 한국 등 7개국을 콕집어 군함을 보내달라고 했다가 호응이 없자 '도움 필요없다'고 발끈했다. 하지만 전쟁의 뒷감당이 힘든지 다시 이해 당사국들이 해협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재차 말을 바꿨다. 그동안 트럼프가 보인 말과 행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이끌던 미국 대통령의 일관적이고 무게 실린 언행과 매우 다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니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

트럼프는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미국 정부는 믿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간 선거 이후 미국의 차기 대권 후보들은 '트럼프 지우기'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의 변덕과 오판으로 잘못 발을 들인 이란전과 선을 그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약속이 다음 정권에서 지켜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안보 공백도 우려된다.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패트리엇과 사드 미사일이 이번 전쟁에 이미 차출됐다. 두 미사일은 당초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막기 위한 요격 시스템이다. 미국의 미사일 '돌려막기'로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할 군함은 이지스급 구축함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란의 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방어할 수 있다. 아데만에 주둔 중인 대조영함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지스함이 단 4척이며 이들이 평소에도 북한의 탄도 미사일 탐지와 방어에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지스함을 호르무즈에 파견한다면 이지스 전력의 25%가 산술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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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이 득보다 실인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좁은 곳은 33km에 불과하다. 이란의 공격에 방어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는 곳이다. 미군조차 '킬박스(kill box)'로 부르며 들어가기 꺼려하는 구역이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곳에 우리 군함이 들어가면 100% 공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 받으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순간 호송 지원은 참전으로 번진다. 마사일이 쏟아지는 와중에 선원과 선박을 무사히 구출한다는 생각은 헐리웃의 영화적 상상일 뿐이다. 해적 등 비조직적 단체가 아니라 조직화된 국가 무력을 상대하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교전이 벌어지고 한국이 이란 전쟁에 사실상 참전한다면 우리 국민과 장병의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교전 상황에서 한국군과 한국 선원들의 인명 피해가 잇따를 수 있다. 교전 이후에도 한국인들은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란 현지에 머물고 있는 교민과 주재원들이 당장 위협받을 수 있다. 또한 전세계에서 한국인과 한국 관련 기관들이 공격당할 수 있다. 파병→피격→대응→참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당초 파병의 목적으로 삼았던 실리나 국인은 사라진다. 유가와 환율은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소비, 투자, 수출 모두 얼어붙으며 한국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당성을 찾기 힘든 전쟁이다. '임박한 위협'을 제거한다며 미국은 이란을 전격 공습했지만 이후 미국 정부 고위 관려들은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로비에 트럼프가 홀려 전쟁을 벌였다는 내부 양심 고백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명분없는 전쟁, 침략적 전쟁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할 이유는 모호하고 손에 꼽을 정도지만 파병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뚜렷하며 차고도 넘치는 숫자다. 이런데도 국익, 실리 운운하며 파병을 주장한다면 그 후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트럼프가 책임져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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