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올해 1월 출범한 이후 석 달 가까이 수장 공백 상태를 이어온 가운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정책 질의 중심으로 무난하게 진행되면서 임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경위 소속 여야 의원들, 정책 질의에 집중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기획예산처의 역할과 국가 재정 운용 방향에 대한 박 후보자의 철학과 입장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중동 사태 이후 확대된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 대응 방안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촉박한 국회 예산 심사 기간과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결산부터 국가재정운용 전략회의, 편성지침 수립, 부처 수요 수렴, 국회 심사까지 전 과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 편성 절차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지만 국회가 편성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회복세에 있던 우리 경제가 중동 사태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조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번 추경은 중동 상황에 따른 위기 대응으로, 지방선거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방 소멸과 청년 일자리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에 박 후보자는 "균형 성장 전략을 통해 지방 소멸을 막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우선 투자 등 추가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2019년 '타다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점과 19대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에 전과가 사면됐다고 허위사실을 기재한 과정 등을 문제 삼았다. 추경 편성의 시기와 규모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4선 박홍근, 재산 6억…여야 "검소한 삶" 평가
박 후보자는 19대부터 22대까지 내리 당선된 4선 국회의원이다. 최근 본인과 가족 명의로 6억2397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2001년부터 서울 중랑구 신내동 소재 공시지가 약 2억7천만 원의 아파트 1채를 보유한 1주택자이며, 나머지는 본인과 배우자의 예금(약 2억4천만 원)이 대부분이다.
여야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상대적으로 적은 재산 규모를 언급하며 검소한 삶을 평가했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은 "그동안 재경위 인사청문회에서는 재산 형성과 관련한 논란이 많았는데, 박 후보자는 4선 의원임에도 비교적 검소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도 "신상을 살펴봤지만 특별한 흠결이 없었고 공인으로서 절제된 삶을 살아온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정책 질의 중심으로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쳐 장관에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인 출신 첫 기획처 장관?…미래전략 설계 과제
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될 경우, 옛 기획예산처(1999~2008년)를 포함해 정치인 출신이 해당 부처 장관을 맡는 첫 사례가 된다.그는 국회 여러 상임위원회 예산소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예결위원장 등을 거치며 재정 분야 경험을 쌓았고,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기획예산처 신설 구상에도 참여했다. 2022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박 후보자는 장관 취임 시 중장기적으로 국가 미래 전략 설계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 산업 전환, 인구 구조 변화, 기후 위기, 지방 소멸, 양극화 등 5대 리스크 대응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기획예산처는 대전환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컨트롤타워"라며 "국가 혁신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동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 편성 의지도 재확인했다.
박 후보자는 "최근 중동발 불확실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민생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을 신속히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청문회에서 큰 결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풍부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출범한 기획예산처를 국가 미래전략 컨트롤타워로 안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