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도성>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강경숙> 6.3 지방선거가 이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마다 여성 및 성평등 의제 마련을 위한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정책 추진체계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제주도의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관련, 핵심 의제는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류도성> 요즘 전국적으로 선거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는데요. 성평등 의제와 관련해서 어떠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강경숙> 앞서 지난해 말, 제주지역의 여성단체인 '제주여민회'가 민선8기 제주도정의 성평등정책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지방선거 젠더전략을 모색하는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고요. 다른지역의 경우, 행정통합이 확정된 전남-광주특별시에서도 최근, 행정체계 통합에 따른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모델 구상에 관한 토론회가 개최된 바 있습니다.
◇류도성> 지역마다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논의가 벌써 시작되고 있군요. 이러한 논의들이 선거국면에서 정책 아젠다 활동으로 이어질 것 같은데요. 제주도는 전국적으로도 성평등정책이 돋보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 않나요?
◆강경숙> 덕분에 저도 다른지역 토론회에 참여해서 제주도 사례를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요. 혹시, '성평등여성정책관'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제주도의 '성평등여성정책관'은 제주도정과 지역사회 전반의 성평등 관점 확산을 위한 성 주류화 전략 추진 기구입니다. 지난 2018년 8월,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성평등정책관'이 신설되고 전문 인력이 배치되면서, 현재와 같이 계선조직(보조기관)인 '복지가족국(전, 보건복지여성국)'과 참모조직(보좌기관)인 행정부지사 직속 성평등(여성)정책관이 병합된 형태로 이원화된 '제주형 성평등-가족정책 추진체계 모델'이 구축된 바 있는데요.
이러한 조직 형태가 현 민선8기 제주도정으로 이어지면서,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여성권익' 업무까지 통합해서 '성평등여성정책관'으로 확대 개편됐습니다. 이에 전국적으로 제주도의 차별화된 정책추진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외에도 다른지역에서는 제주도의 부서마다 지정되어 있는 '양성평등담당관'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2019년 제주도 본청을 시작으로, 2020년 제주시와 서귀포시 양 행정시와 2021년 읍면동으로 양성평등담당관 지정을 확대함으로써 현재 제주도에는 219개 전 부서에 양성평등담당관이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제주도의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는 성평등정책 담당조직뿐 아니라 제주도 전 부서를 아우르는 양성평등담당관제의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류도성> 차별화된 정책으로 제주도가 전국적으로 상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요?
◆강경숙>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주도 '성평등정책관'의 설치는 지역 특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으로써, 지역 성평등정책의 실행력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제주도는 2020년 성별영향평가 지자체 우수기관 선정 및 국무총리 표창, 2023년 양성평등정책대상 장관 표창, 2024년 양성평등주간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전국적으로 선도적 성평등 정책 추진 공적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책 추진 조직의 규모를 살펴보면, '과' 단위의 낮은 조직 위상과 작은 예산 규모를 가지고 있어서, 제주도 성평등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기에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출범 당시부터 노정된 문제였는데요. 지금까지도 국장급 젠더전문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여성계의 요구가 지속되고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민선8기 제주도 성평등정책의 주요 변화는 기존 정책에 '여성권익' 업무가 이관되면서 '성평등여성정책관'으로 개편된 것인데요. 외관상 기능과 규모가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서 내 조직 확대 없이 오히려 인력은 감소해서 사실상 기존에 비해 축소된 것으로 모니터링 결과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민선7기 조직 개편 과정에서 기존에 여성 일자리와 경제활동 지원을 담당했던 '여성능력개발팀'이 폐지되어 문제가 되었음에도, 민선8기에도 여성 일자리 및 성평등 노동 업무 담당 조직의 부재는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는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추진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제주도 성평등정책의 취약한 부분은 단연 거버넌스라 할 수 있는데요. 현 도정에서 추진하는 젠더거버넌스는 대학이나 공기관, 언론 등 공공기관으로 구성된 '성평등협의회'가 있을 뿐, 시민 및 민간단체와의 거버넌스는 대체로 실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까요?
◆강경숙> 우선, 제주도 차원의 성평등 정책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성평등기본계획(1차~4차, 당시, 여성정책중기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해 왔지만, 지난 2015년(민선6기) 제주 생활체감형 양성평등 정책 「제주처럼(2015~2018)」이 만들어지면서 기본계획이 폐지됐습니다.
이후 도정으로 이어지면서 민선7기 「더제주처럼(2019~2022)」과 민선8기 「성평등빛나는제주(2023~2026)」라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는 기본계획이 아님에도 그 성격과 정체성이 모호해서 공무원뿐 아니라 의회의원, 여성단체 활동가 등 이해당사자 간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제주 성평등 정책의 차별성 및 지속성 그리고 국가와의 연계성을 고루 반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중심이 되어 지자체 차원의 성평등 정책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행할 추진체계 강화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른지역과 차별화되는 제주도 성평등정책 모델은 지역사회 여성 주체들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도전과 노력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여성운동진영과 여성가족연구기관 그리고 행정 내부에 힘을 가진 페미니스트 공무원(+기관장의 의지)의 연대와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정책 담당 조직의 낮은 위상과 민관 거버넌스의 취약성 등의 문제는 향후 지역 성평등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속적인 젠더거버넌스 구축, 강화를 위해서는 인권, 경제, 문화, 정치 등 정책 영역별 거버넌스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고요.
이와 함께 '제주도양성평등위원회'의 실질적 심의 기능 강화를 위해 논의 방식 및 절차 강화 등 숙의민주주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내외 정책 환경 변화와 제주지역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주류 정책의 성 주류화 확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주도 성평등여성정책관의 위상과 역할 강화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국가 '성평등가족부' 출범과 연계해, 성평등여성정책관과 가족정책의 통합 논의를 통해 '성평등가족국(안)'으로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열어두고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류도성> 지역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과제로 '성평등 부지사' 임명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고요?
◆강경숙> 그렇습니다.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 여성 대표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에 주목해, 성평등 부지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다른 광역시도의 후보자 중에서는 부지사 또는 부시장 중에 1명은 여성으로 임명하겠다는 공약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성별이 여성인 자를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가족 정책 전반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성평등 정책 총괄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성평등 도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기능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주도에서도 민선8기에 최초로 여성 부지사가 탄생했지만, 이는 지역사회나 여성단체와의 논의 속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류 정책의 성평등 관점 확산에 기여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민선9기 제주도정에서는 현재 2명인 부지사직에 남녀동수 임명 원칙을 마련해 여성 부지사 또는 성평등 부지사를 임명함으로써, 성평등정책 총괄 역할을 부여하고 '성평등정책' 담당조직과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