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타인을 해칠까."
신간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책은 한국 경찰 '특채 1기 프로파일러' 4명이 20년간 현장에서 마주한 범죄와 인간의 내면을 추적한 기록이다.
대중에게 프로파일러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연쇄살인 이후의 시대'를 말한다. 강호순 사건 이후 연쇄살인은 줄었지만, 무차별 폭력과 방화, 디지털 범죄 등 '이상동기 범죄'는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했다는 점을 짚는다.
책은 단순한 사건 나열을 넘어, 현장에서 마주한 장면들을 통해 '악의 결'을 드러낸다.
비 내리던 밤, 창고 안 드럼통과 냉장고에 남겨진 흔적을 떠올리며 "이해할 수 없는 범죄였다"는 기록은 범죄가 남긴 질문의 무게를 전한다. 또 한 달 넘게 방치된 자살 현장에서 "타살에는 악인이 존재하지만 자살은 온전히 슬픔뿐"이라는 프로파일러의 고백은 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을 뒤흔든다.
수사 과정의 긴박함도 생생하다. 방화 용의자를 상대로 "증거가 발견된 것처럼 질문을 던져 심리적 압박을 유도했다"는 장면은, 범죄 심리가 어떻게 수사 전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반대로 100억대 갈취 사건 피의자가 끝내 진실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는, '악'이 끝까지 자신을 부정하는 방식까지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 범죄 프로파일링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도 담긴다. FBI 매뉴얼을 토대로 시작된 분석 체계는 현장 데이터 축적을 통해 '한국형 범죄분류매뉴얼(K-CCM)'로 발전했다.
저자는 "가해자 서사는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서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범죄자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결코 그들을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과정임을 분명히 한다.
나경희 지음 | 에스판다스 | 2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