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억 보조금 부정 수령 면대약국…적발 어려운 까닭은?

외형상 차이 없는 '차명약국'…20년 일해도 몰라
10% 미만 환수율…당국 수사권 없어 적발·환수 난항
적발해도 명의만 바꿔 영업 지속…제도 공백 속 새는 세금

원광대학교병원 전경. 연합뉴스

'차명약국'을 세워 국가보조금 등 수천억 원을 부당 수급한 혐의를 받는 전북 익산의 한 약국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해당 약국에 근무한 약사조차 수십년 간 차명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근무한 것으로 밝혀져 불법개설기관 적발과 부정 수급한 보조금 환수를 위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20년 근무하면서도 눈치 못 채…적발해도 보조금 환수율 낮아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익산 원광대학교병원 앞에 위치한 ㄱ약국에 수십년간 근무한 A씨(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부인)는 약국이 재판에 넘어가서야 해당 약국이 차명약국이자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수령해온 것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지역 약사들은 그의 해명을 두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 가운데, 공단 측은 현행 제도에서 차명약국을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앞서 ㄱ약국은 지난 2000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약 20여년간 실질적인 운영 주체는 재단법인 원불교이면서도 현직 약사 B씨의 면허를 빌려 운영을 이어가며, 건강보험공단이 약을 제조할 때 지급하는 요양급여와 국고보조금 등 약 2천억 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원불교재단이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국개설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아 지출하면서 ㄱ차명 약국 운영에 따른 이익금을 가져가고, B씨는 약품 조제 등 포괄적인 업무를 담당하면서 약국을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같은 사례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후 약사 면허 소지자만 약국을 설립할 수 있게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면허를 빌려 약국을 운영하는 불법 행태가 근절되지 않은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개설기관과 일반 기관과의 표면적인 차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불법기관 개설 후 한참 지나서 이뤄지는 적발, 미비한 부정수급 보조금 환수 등의 문제와도 이어진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009년부터 2025년 11월까지 적발된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에게 약 2조 9천억 원에 달하는 환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징수율은 8.84%에 불과했다.

원광대학교병원 문전 약국. 심동훈 기자

수사권 없어 늘어져…약국들은 '명의'만 바꿔 영업 지속 '꼼수'

적발 대비 환수율이 낮은 이유론 건강보험공단 등 수사권이 없는 공공기관의 기능상 한계가 꼽힌다. 불법개설 여부를 파악하는데 있어 주요한 증거 등을 수사를 통해 입수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공단은 "행정조사는 서류와 문답 중심으로 진행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정도다"라며 "수사 권한이 없는 공단으로선 부정행위 적발에 주요한 계좌추적 등 수익 귀속을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기관이라도 수사 당국의 결과가 나올때까지 급여 지급 보류 등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현실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공단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다 하더라도, 앞선 사건이나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수사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증거 인멸과 재산 은닉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차명 약국으로 적발된 기관들은 명의만 바꿔 영업을 하는 '꼼수'로 운영을 이어간다. 새로운 약국이 개설된 것으로 간주되기에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해 지급되는 약국의 요양급여비 역시 변함없이 지급된다.
 
문제가 제기된 ㄱ약국도 면허대여 약국 적발 후 운영자 명의만 바꾼 채 문제 없이 영업을 이어가며 매해 여전히 수십억 원에 달하는 국가의 요양보조금을 수령하고 있다.
 

약국 '꼼수'에 줄줄 새는 세금…당국 "특사경 도입할 것"

국민건강보험공단. 연합뉴스

결국 면허대여 약국 문제는 수천억 원대의 세수 손실을 발생시켜 국가 재정에 심각한 지장을 끼치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명의 변경'이라는 꼼수로 법과 제도를 회피해갈 수 있어 제도적 공백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C씨는 "면허대여 약국은 겉으로 드러나는 특이점이 없어 증거 없이는 적발하기 힘들다"며 "약사 사회에서 소문이 도는 몇몇 곳은 있지만 증거가 없기에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공단의 행정조치 만으로는 면대약국 적발이 힘들다"며 "특별사법경찰관 같이 의심을 입증할 수 있게끔 수사권한을 관계 당국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건강보험공단 측은 "전 국민이 신고할 수 있는 불법개설 의심기관 신고센터를 운영중이다"라며 "불법개설기관을 전문적으로 집중 수사할 수 있는 사무장병원(면대약국)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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