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에 이재명 대통령을 주범으로 삼는 자백을 언급했다는 육성이 공개된 뒤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적극적인 회유 압박이었다는 여권 주장과 변호인 요청에 대한 응답일 뿐이었다는 담당 검사의 항변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화 시점'이 특히 주목된다.
당시 이 전 부지사 진술이 널뛰면서 대북송금 사건에 이 대통령 가담 여부를 판단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박상용, 이화영 측에 '이재명 주범' 언급
문제의 통화는 지난 2023년 6월 19일 이뤄졌다. 대북송금 수사 책임자였던 박상용 검사가 이 전 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면서다.공개된 녹취에서 박 검사는 "법정까지 유지시켜줄 그런 진술이 저희가 필요한 거고요",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라고 말한다.
이어 "공익제보자니 이런 것들도 저희가 다 해볼 수가 있고",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다 가능해지는 건데"라며 진술 방향과 향후 처우를 동시에 언급했다.
통화 전후 이화영의 진술 변화
실제로 그 당시 이 전 부지사 진술은 바뀌고 있었다. 송금 당사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돌연 귀국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이었다고 주장했을 때도 침묵을 지켰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차후 법정에서 공개된 조서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6월 9일 검찰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도지사 방북을 위해 북한에 100만~200만 달러를 보내고 계약서를 쓰는 등 일이 잘되는 것 같다. 2020년 초 방북이 성사될 것 같다'고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6월 18일엔 "김대중 대통령 방북 당시 현대아산 예를 들면서 기업을 껴야 방북이 수월하다고 말씀드렸고, 이 지사도 '잘 진행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구체화했다.
'박상용-서민석 통화'는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녹취 공개 뒤 박 검사가 페이스북에 "이 전 부지사가 자백한 사실을 바탕으로 서 변호사에게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서 변호사는 그 통화를 진술 유도 정황으로 해석한다. 그는 민주당 전용기 의원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박 검사가 이재명 대표를 주범으로 만드는 구조에 맞춰 진술을 요구했고 공익제보자나 보석 등 조건까지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통화 이후인 6월 21~22일엔 '이재명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까지 진술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나아가 이 전 부지사 진술 번복 전부터 검찰이 끊임 없이 압박했다고 본다. 이건태 의원은 '조작기소 국조특위' 기자회견에서 "박 검사는 '서 변호사가 먼저 제의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아무 의미 없다"며 "얼마나 심하게 강요했으면 변호인 측이 이렇게 제의를 했을까"라고 말했다.
변호인 해임 뒤 다시 입장 번복
민주당의 주장은 당시 이 전 부지사 배우자 A씨가 당시 드러냈던 반응과 상통한다. A씨는 7월 18일 민주당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남편이 10개월가량 감옥 독방에 갇혀서 매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심리적 압박에 따라 왜곡된 진술이 나왔다고 주장했다.이후 이 전 부지사 진술은 요동쳤다. 그는 7월 21일 자필 입장문을 통해 "쌍방울에 스마트팜 비용뿐 아니라 이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은 없다"며 입장을 다시 바꿨다.
이어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이 지사의 방북을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는 있다"고 밝혀, 방북 요청 자체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했다.
A씨는 변호인 문제까지 제기했다. 7월 24일 변호인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것. 이 전 부지사 진술이 바뀌는 과정에 검찰 압박과 변호 전략이 뒤엉켰다는 지적이었다.
A씨는 또 7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구치소 접견 중 신문 스크랩을 전달했더니 이 전 지사가 "말이 안 된다"며 '대납 사실을 이 지사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옥중 편지를 써서 건넸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검찰은 "배우자 등 가족·지인과 50회 이상 면회했고 국회의원들과도 7회 특별면회를 했다"며 고립·압박 주장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