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5위의 로봇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에 휩싸이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불안정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불공정 거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지난 2022년에서 2024년 삼성전자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과 일반투자자 등 16명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총 30~40억 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와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구멍 숭숭 뚫린 현행 미공개정보 이용 규제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는 회사의 공개되지 않은 중요정보를 내부자 등이 주식거래에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는 대표적 시장질서 교란행위다. '내부자 거래'라고도 불린다.국내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는 끝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해 적발된 이상 거래를 심리해 98건의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을 금융당국에 통보했다. 이중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이 58건(59.2%)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로는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령 2024년 신설한 '사전공시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일정규모 이상 주식을 거래할 때는 사전에 공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 규모가 그해 상장사가 발행한 주식수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공시 대상이다. 기준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기관이나 외국인 재무적 투자자, 지분율 10% 미만 주주는 공시 의무 자체가 없다. 이번 레인보우로보틱스 사건의 경우도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 대부분이 사전 공시 대상이 아니었다. 공시 의무가 생기는 매매 금액 기준을 10억 원 정도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사에 적용하는 '차이니즈월(정보 교류 차단장치)'을 상장사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령 유상증자 관련 부서와 영업·판매 등 부서 사이 정보 공유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요 임직원과 직계 가족의 계좌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방안도 있다.
건너 건너 정보 받으면 무죄?…미국선 처벌 사례 다수
미공개정보를 유출한 내부자의 가족, 지인 등 2차 이상의 N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처벌도 규제 사각지대로 꼽힌다.2019년 12월 춘천지법은 내부자로부터 얻은 미공개정보로 특정 업체 주식을 매수한 50대에게 1억3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정보를 사실혼 배우자로부터 건네받은 2차 수령자는 무죄를 받았다. "공범 관계를 쉽게 인정할 경우, 내부자와 1차 정보 수령자만을 처벌하는 옛 자본시장법 입법 취지를 벗어난다"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에선 주식 거래에 활용한 정보가 미공개정보라는 것을 인지한 정황, 혹은 인지했어야 한다는 점만 입증해도 2차 이상의 정보 수령자를 처벌할 수 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는 "국회와 금융당국은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의 책임 범위를 현실에 맞게 넓혀야 한다. 다만 고의성·이득 규모에 따라 형사처벌·과징금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처벌 실효성 떨어져…이대로면 '한탕주의' 계속
무엇보다 내부자 거래의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는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4~6배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부당이득 산정이 어려우면 벌금은 최대 5억 원까지만 부과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실형 선고 사례가 많고 민사 책임까지 지운다. 내부자 거래를 일종의 사기 행위로 보기 때문에 최대 2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정호철 부장은 "유죄가 확정돼도 실형을 사는 경우가 많지 않고 형량도 적다. 현실적으로 부당이득 산정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라며 "처벌 강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