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한 팀인 밴드 데이식스(DAY6)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했을 때, 10주년 앨범을 만들면서도 멤버들과 많이 이야기 나눈 것이 바로 '변화'였다. '우리의 변화를 가져오자'라는 데 뜻을 모았고, '언필터드'(Unpiltered)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 변화로 추구하는 것은 결국 '음악적 해소'다. 솔로로도, 밴드 데이식스로도 '다양한 걸 잘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새 미니앨범 '언필터드' 발매 엿새 전이었던 지난 24일 오전, 원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을 만났다. 5곡 단독 작사를 포함해 7곡 전 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원필은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들려줬다.
'언필터드'에는 2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사랑병동'을 비롯해 '톡식 러브'(Toxic Love) '어른이 되어 버렸다' '업 올 나잇'(Up All Night)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백만송이는 아니지만' '피아노' 등 7곡이 실렸다. 장르적으로도 다양하게 담아냈냐는 질문에 원필은 한 곡 한 곡을 직접 설명했다.
"첫 번째 곡은 아마 딱 그 곡 제목('톡식 러브')을 딱 누르고 재생이 딱 되는 순간 한 번에 딱 다를 거거든요. 제가 안 해 본 그런 멜로디 라인들도 많고 제 첫 목소리에서부터 아마 좀 다를 거예요. 가삿말이랑 멜로디랑 제가 부르는 창법도 좀 생소하게 느끼실 거고. 두 번째 트랙은 타이틀이니까… 첫 번째 곡은 장르적으로 어떻게 설명을? 좀 록적인 요소가 있긴 있는데 좀 뭐라고 해야 되지? 데이식스에선 못 들어보셨을 거예요. 록도 워낙 다양하니까 다를 거고.
세 번째('어른이 되어 버렸다')는 좀 어떤 붐뱁 힙합이 깔려 있는 트랙인데, 그 위에 제 목소리가 섞이면서 따뜻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네 번째 트랙은 '업 올 나잇'이라는 건데 아마 이 곡이 또 굉장히 제일 다르게 느끼실 것 같아요. 이 노래는 약간 라틴 느낌의 기타 리프로 시작되는데 되게 통통 튀어요. 기타 리프가 막 사운드가 막 엄청 채워져 있지가 않아서 진짜 예상치 못한 음악일 거예요. 제일 가삿말도 그렇고, 그리고 후렴도 제가 한 번도 안 해 봤던… (음이) 높지 않아요. 리듬으로 이렇게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게 만든 노래라서 아마 제일 색다른 노래가 될 것 같고요.
다섯 번째 트랙('스텝 바이 스텝')은 이것도 아마, 리듬감이 꽤 있어요. 리듬감이 있는데 이 노래는 들으실수록 이제 후반부에 갈수록 더 막 몰아치거든요. 이 노래 제목이랑 같게 트랙도 같이 따라서 점점 이렇게 증폭돼 가지고 들으실 때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 트랙 '백만송이는 아니지만'은 누구나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팝을 만들고 싶었어요. 봄에 좀 기분 좋게 들을 노래 있다면 이런 노래 하나쯤은 있었으면 했어요. (곡이) 너무 또 다 다르면 좀 그럴 것 같아가지고 약간 환기를 시켜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죠.
7번, 마지막 트랙 '피아노'는 기존에 제가 좋아하던 그런…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이나 뭐 '예뻤어'나 그런, 저희(데이식스)만의 그 록 발라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감성적인 종류의 록 음악, 그쪽 계열이긴 한데 자세히 들어보시면 또 달라요. 조금은 다르게 가려고 트랙적으로 조금 변화를 줬던 트랙이기도 해 가지고 또 새롭게 들으시지 않을까요."
이번 앨범에서 하고 싶었던 것, 해야 했던 것, 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비중을 묻자, 원필은 "이번 앨범에서는 하고 싶었던 게 100%인데 벌써 아쉽다. 벌써 다른 앨범을 만들고 싶다. 계속 떠오른다. 다른 장르를 좀 해 보고 싶다. 또 다른 곡을 만들고 싶다는… 뭐라 해야 하지? 욕구라 해야 하나? 계속 생각이 난다. 벌써 다른 앨범 작업을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혹시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갔냐는 질문에는 "어? 아뇨. 아직은 안 하고 있다. 이제 곧 해야 한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앨범 발매 전이었던 인터뷰 날에 벌써 '다음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한 원필. 창작자로서 영감이 솟구치는 시기를 맞은 것인지 물었다.
원필은 "저도 그렇고, 데이식스도 그렇고 저번 연도에 저희 10주년 앨범 준비하면서 이제 이 앨범을 기점으로 우리의 좀 변화를 가져오자는 말을 이미 하고 있었다"라며 "그게 또 저희만 느껴지는 변화면 안 되고 대중분들과 저희 마이데이, 팬분들도 납득할 수 있는 변화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까 막 솟구치는 거다. 하고 싶은 것들이 되게 많다"라고 답했다.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한 '변화'는 우러나온 것일까, 달라진 위상을 바탕으로 한 '필요'에 따른 것일까. "우와!"라며 질문에 공감을 표한 원필은 "저도 이거에 대해서 진짜 생각을 많이 해 봤다. 뭔가 변화하고 싶어서 변화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시선을 생각해서 지금 바뀌고자 해서 이런 방향이 되는 건지 생각을 해 봤는데…"라고 운을 뗐다.
"확실한 건 저는 해소하고 싶어요, 음악적으로! 왜냐하면 저희는 되게 다양한 걸 할 수 있는 그룹이거든요. 음악적으로 저희만 잘 만들고 한다면 소화해 낼 수 있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저는 다음 데이식스 앨범에서도 해소를 하고 싶어요. 음악적으로 막 막 때려 부수고, 막 이렇게 해서 해소가 아니라 그냥 음악적인 거에 대한 해소를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되게 많거든요. 지금 벌써 다른 벌써 작업을 하고 싶어요."
수록곡 7곡 중 한 곡을 골라서 잠깐 같이 들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 다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가 '딱 한 곡만'이라고 제지당한 후, 짧은 시간 동안 끙끙대던 원필은 4번 트랙 '업 올 나잇'을 골랐다. 그러면서 "사운드가 더 좋아야 되는데"라며 현장의 음향 상황(노트북으로 들었다)을 아쉬워했다.
'업 올 나잇'은 '언필터드'의 트랙 매뉴얼(이른바 '하이라이트 메들리')로 공개됐을 때부터 주목받은 곡이다. 특히 '이 가사를 원필이 쓴 게 맞나?' 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작사 과정을 묻자, 원필은 본인을 유혹하려고 하는 상대방의 모습이 빤히 보이는데 그쪽에서 지나치게 수줍어해서 답답한 나머지 본인이 "휘감아"버리고 "더 솔직해지자"라고 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일부 팬들이 농담처럼 '업 올 나잇' 가사를 해명하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원필은 "저는 그러니까 마치 그러니까 각본을 쓰듯이 그냥 그렇게 쓴 거지, 저는 이거 진짜… 저는 이런 성격이 아니다. 이거는 또 다른 정말 아예 다른 자아라서 걱정 안 하셔도 된다"라고 해 폭소를 유발했다.
악기 연주 면에서 신경 쓴 곡으로도 '업 올 나잇'이 언급됐다. 원필은 "'업 올 나잇'은 기타가 되게 재밌다. 맨 처음에 딱 시작할 때부터 재밌다. 데이식스 원필 솔로곡이 이런 느낌이 든다고? 하는 기타 리프인데 특히 후렴에서 많이 비운다. 저희 노래에서는 많이 비웠던 적이 없다. 일부러 비우면서 리듬감과 가사로 재미를 주고 싶었는데 딱 제 의도대로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언필터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3번 트랙 '어른이 되어 버렸다'의 후렴 마지막에 담겼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뭐 이것도 나쁘진 않아 되뇌며 어른인 척 살아'라는 소절을 직접 부른 원필은 "거기가 제일 관통하는 곳"이라며 "이게 좀, 제일 제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언제 어른이 됐다고 느끼는지 질문에, "약간… 지금?"이라며 웃은 원필은 "힘든데도 티 안 내는 거. 애들은 막 떼쓰고 그러지 않나. 근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렇게 못 하지 않나.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성숙해 보이고 싶어할 때?"라며 "저, 어른 아니다. 저 아직도 어른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멤버들의 반응은 어떨까. 성진·영케이·도운까지 전원이 다 들었고 '이야~ 너무 새로운데?' 하는 감상을 남겼다고. 원필은 "성진이 형은 '업 올 나잇' 듣고 '네가 이제 이런 거 한다고? 이야~' 했다. 타이틀 듣고는 '아 좋다, 진짜 좋다. 다르다' 말해줬던 거 같다. 영케이 형도 진짜 다 좋게 들어줬고 사진도 보고 '이야~ 이번엔 좀 달라? 어떻게 이렇게 찍었냐?' 그랬다. 재밌었다"라고 웃었다.
'다양하게 잘한다!' '다양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반응을 받고 싶다고 한 원필은 "저는 다양한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너무 내 음악으로 만들고 싶다. 저도 할 수 있을 거 같다"라며 "작업하다 보면 또 제가 의도한 대로 안 나올 수도 있는데 그래도 저희는 다양한 걸 해 보고 싶어 하고 다양한 걸 시도했을 때 소화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전 너무 좋다, 데이식스라는 팀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이루고 싶은 것 질문엔 "정말 어렵다"라며 "그냥 좋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문을 연 원필은 "제 앨범, 제 노래를 들으시고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는 마음"이라고 바랐다.
한 장의 앨범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는구나"를 깨닫고 "인간적으로도 주변을 더 살피면서 살아가야겠다는 게 더 커졌던 것 같다"라는 원필. 앞으로의 새 10년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묻자 "10년 뒤면… 헉! 마흔셋이다"라며 웃은 원필은 "10년 뒤에 제가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도 저는 계속 늙지 않은 음악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