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억여 명이 지켜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2016년 '세기의 대국'. 10년 전 그날(3월 9일~15일)을 기념한 사진전 'Bring Back 2016 알파고 vs 이세돌'이 서울 종로의 갤러리 공간미끌에서 열렸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전시회 마지막 날인 26일 이곳을 찾았다.
고즈넉한 공간에는 10년 전 역사의 현장이 타임머신을 탄 듯 옮겨져 있었다. 10년 만에 소환된 기록들은 어제의 일처럼 숨쉬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이시용(60) 작가의 38장 사진이 그날의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이세돌의 표정, 손의 움직임이 담긴 사진에는 최초로 AI와 대결을 벌이는 인간의 정서가 녹아있었다.
이 작가는 한국기원 발행 월간바둑의 1호 사진기자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게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또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귀띔했다. 특히 이세돌이 당시 얼마나 많이 긴장을 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비화(祕話)를 공개했다.
이 작가는 "이길 줄 알았던 알파고에게 1국에서 패한 이세돌은 정말 많이 당황했다.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고 전제하며 2국이 열리기 전 기사 대기실에서 이세돌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1국 패배 후 AI의 기량에 놀란 이세돌은 대국이 열린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의 객실로 돌아가 복잡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긴 채 담배를 태웠다"며 "무심코 태우던 담배를 끄려고 휴지에 문지르다가 불이 옮겨붙어 가구가 그을려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세돌은 돌발 상황에 대해 호텔에 사과했고, 이세돌의 긴장된 마음을 이해한 호텔 측은 문제 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세돌에게 이 말을 들으며 1국 패배 후 그가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고뇌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밖에도 담배를 태우는 이세돌을 위해 대국장 한쪽에 특별 흡연실이 설치된 상황을 비롯 3국 전에 대기실에서 지인이 건넨 산삼을 먹은 일 등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전시회 기획 의도에 대해서는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을 통해 10년 전의 '알파고 쇼크'를 다시 바라보자는 시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AI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지금 이 시점에서 그날의 대국을 마주하는 일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시대에 인간은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다음 수를 어떻게 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이번 전시는 그날의 기록이 남긴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