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축유 스와프' 시행…요소수 불안은 '일부 해소'(종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충남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에서 석유화학기업 간담회를 마친 뒤 원유탱크를 살펴보며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발 원유 도입 차질 사태가 길어지자 정부가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를 시행한다.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구해오면, 원유 수송이 늦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미리 해당 물량 만큼 비축유를 대여해 주는 조치다. 현재까지 4개 정유사가 2천만 배럴 넘는 분량의 스와프을 신청할 예정으로 확인됐다.

수급 불안이 제기됐던 요소수의 경우 상당수 물량을 확보한 만큼, 후속 대책 시행은 보류하기로 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1일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4~5월 두 달간 정부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비축유 스와프는 정부가 보유 중인 비축유와 기업이 도입하려는 원유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기업이 대체물량 선적 서류를 정부에 제출하면 이를 검증하고 한국석유공사가 서류 검증과 타당성 평가를 거쳐 비축유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중동산 원유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미국이나 캐나다 등 원유를 구입하면, 정부가 보유 중인 중동산 원유를 선제적으로 빌려주는 식이다. 기업이 도입한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면 해당 물량은 정부에 상환한다.

양 실장은 "정유사가 많이 의존하는 중동산 원유가 떨어지면 원유 배합 비율을 맞추기 어려워지는 어려움이 있다"며 "정유사가 대체 물량을 찾아오면 우리가 중동산 원유로 바꿔주면 정유사도 블렌딩이 원활해진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중동산 원유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중동산 비축유를 빌려갔다면 기본 대여료와 원유 상환만 하면 된다. 만약 중동산 원유가 아닌 지역 원유를 도입할 경우, 기본 대여료에 대체물량과 비축유 간 가격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

산업부가 기존에 운영하는 긴급대여 제도와 달리 스와프는 상환 시점을 특정할 수 있다. 회수 시점을 명확하지 않았던 긴급대여와 달리 스와프 제도를 활용할 경우 기업 도입 물량이 국내에 도착할 때 상환받을 수 있다. 위기 상황인 만큼 비축유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제기됐다고 양 실장은 설명했다.

비축유 제공 시점부터 상환까지는 약 10일 이내를 기준으로 운영한다. 이는 미국(약 50일), 중동(약 20일), 호주(약 14일) 등 주요 도입선별 운송 기간을 고려해 설계했다. 대체 도입 물량은 국내 도입 차질 물량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제한된다.

스와프 제도를 추진할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정유사가 지속적으로 대체 물량을 확보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양 실장은 "정부가 비축유를 일방적으로 방출하면 정유사 입장에선 당장 재고 부담이 줄어 대체 도입선을 찾을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며 "반면 스와프는 대체 물량을 확보해 오면 그 사이 공백은 정부가 메워주겠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비축유 최종 방출 시점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제에너지기구(IEA) 공동 방출 결정에 따라 한국은 6월 9일까지 방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산업부는 스와프 운용 상황을 지켜보면서 4월 말에서 5월 사이 기업 및 석유공사와 협의해 실제 방출 시점과 방식을 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4월과 5월 2달간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운용하고 상황에 따라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1개월씩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 모두 스와프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요청한 물량은 약 2천만 배럴에 달한다. 양 실장은 "기업들이 대체물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물량은 2천만 배럴보다 많다"며 "현재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대체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5~6월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찬가지로 수급 불안이 제기됐던 요소수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보고 후속 대책 추진은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요소수 관련 추가 수급 대책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보류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촉매제(요소수) 대란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요소수 및 요소 매점매석행위를 금지한 가운데 30일 서울 양천구 SK엔크린 개나리셀프주유소에 판매용 요소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정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차량용 요소·요소수 재고량은 공공 비축분과 민간 재고량을 합쳐 2.8개월 이상 확보 중이다. 여기에 다음달까지 약 6천 톤의 요소가 추가 수입돼 현재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여기에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 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요소에 대한 시장의 민감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민간하게 반응하고 도매상들이 물건을 쟁여놓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며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책 발표) 타이밍에 대한 논의를 할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용도로 활용되는 제품이다. 최근 중동 사태로 수급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27일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6월까지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양 실장은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6월까지 원유 수급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앞으로는 기업이 얼마나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가 또 한편으로는 중동 사태가 언제 정리되는 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바로 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산업부 입장이다.

양 실장은 "이란의 구체적인 요구나 기업의 요청이 없는 상황이고 아직 미국과 협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란은 그동안 여러 제재를 받아와서 기업들은 리스크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러시아산 나프타 2.7만톤을 도입한 데 이어 추가 도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양 실장은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는 다음달 11일까지 하역과 결제를 다 완료돼야 하는 상황이 있다"며 "이 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노력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실현 가능성을 확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해 다음달 11일까지만 판매를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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