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포퓰리즘 입법으로 직격하자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주자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지역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2년 만에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다시 정쟁 속으로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 "부산만 특별법 만들면 다른 덴 어떻게 할거냐?"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원 입법과 관련한 논의 중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포퓰리즘 입법의 사례로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부처 장관들에게 "의원입법들이 사실 포퓰리즘적으로 되는 경우가 가끔씩 있기 때문에 각 부처에서 자기 부처 소관뿐만 아니라 재정 문제든 다른 법 체계와의 정합성 문제라든지 고민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면 이번에 부산특별법을 만든다고 후다닥 그러고 있길래 제가 얘길 좀 했는데, 어떤 재정 부담이 될지, 아니면 정부의 국정 운영과 과연 정합성이 있는 건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만 특별법 만들면 대전은 어떻게 할 것이며, 광주 뭐 다른 덴 어떻게 할거냐 도대체"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 검토 없이 필요하다고 하다 보면 정부에 실제로 부담이 되고, 나중에 집행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초기 단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서 불필요한 충돌이나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밝혔다.
이 발언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의원 입법 발의 시 의원들이 예산 추계를 꼼꼼하게, 책임 있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한 직후 나왔다.
여권에서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 과정에 제동이 걸린 것이 이 대통령의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느 당의 입법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근거 내지는 국민 다수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큰 방향이 없다면 도시 이름을 굳이 넣어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형준 "호남엔 다 퍼주면서, 부산 발버둥마저 뭉개나"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충격 그 자체"라며 즉각 반발했다.
박 시장은 "2년 전에 발의해서 정부 협의까지 끝내고 며칠 전 상임위를 통과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노골적으로 저지하는 발언을 보며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시켰고, 이미 통과된 전북·강원 등 다른 지역 특별법과 같은 수준의 특례를 담고 있는데 유독 부산 특별법만 발목을 잡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호남은 통합한다고 돈에 특례에 다 퍼주겠다 하면서 부산은 자기 힘으로 살기 위한 발버둥마저 뭉개버리려는 것이냐"며 "앞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노골적인 지역 차별을 서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해양수도 만든다면서, 북극항로 거점도시 만든다면서, 그 조건을 담고 있는 법은 국민의힘 정권에서 추진했다 해서 반대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이전도 가로막고 특별법도 가로막으면서 해양수도가 가당키나 하냐"고 되물었다.
박 시장은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한 법과 정책에 정치적 딱지를 붙이지 말라"며 "부산 시민들은 호구가 아니다. 만일 이를 가로막는다면 부산 시민들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진우 "전남광주엔 20조·400개 특례, 부산은 2년째 뜸만"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주진우 의원도 곧장 비판에 가세했다.
주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 글로벌허브특별법을 막아서며 부산이 우습냐는 것을 보여줬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320만 전남광주에 2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AI·풍력·2차전지·조선·의료·교육 등 400개 조문의 특례를 줬다"며 "전북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내세워 골드만삭스, 블랙스톤 등 글로벌 금융기관 지소를 집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에서 표 많이 줬다고 호남 대통령이냐"며 "전남광주특별법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고 부산 특별법은 2년간 묵히다가 또 뜸 들이냐"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당장 발언을 취소하고 즉각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거센 민심이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현재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법 제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동시에 다가올 부산시장 선거판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