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군단을 이끄는 캡틴이 인정하고, KBO 리그의 전설이 의지하는 남자다. 삼성 주전 2루수 류지혁(32)이다.
삼성은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두산과 홈 경기에서 5-2로 이겼다. 전날 13-3 대승으로 시즌 첫 승과 역대 최초 팀 통산 3000승을 장식한 기세를 이었다.
류지혁은 8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3-1로 앞선 1사 1루에서 상대 아시아 쿼터 우완 타무라 이치로(일본)를 통렬한 우월 2점 홈런으로 두들겼다. 시속 146km 속구가 복판에 몰린 걸 놓치지 않고 때린 공은 116m를 날아갔다. 전날과 달리 답답했던 흐름을 시원하게 뚫은 한 방이었다.
삼성은 이날 두산 선발 최민석에 6회까지 1점만 내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1회초 상대 실책 등을 묶어 손쉽게 득점하며 전날 분위기를 이어가나 싶었지만 3회말 1사 만루에서 나온 최형우의 병살타 등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8회말 1-1의 균형이 마침내 무너졌다. 김성윤의 안타와 타무라의 폭투로 맞은 무사 2루에서 주장 구자욱이 적시타를 터뜨렸고, 르윈 디아즈의 안타와 최형우의 희생타로 1점을 더 냈다. 그러나 3-1은 안심할 수 없는 점수.
이때 류지혁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시즌 1호 아치를 그렸다. 두산이 9회초 안재석의 1호 홈런으로 1점을 만회한 것을 감안하면 류지혁의 홈런은 더 의미가 있었다. 경기 후 삼성 박진만 감독은 "류지혁의 홈런은 승리를 확정짓는 한방이었다"고 칭찬했다.
결승타를 때린 구자욱은 "류지혁이 올 시즌 전 스프링 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후배를 인정했다. 류지혁도 "이번 스프링 캠프는 선수 생활에서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있었을까. "류지혁이라는 선수를 봤을 때 더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더라"는 답이 나왔다. 지난 2012년 두산에 입단한 류지혁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KIA에서 뛴 뒤 2023년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해 122안타 26도루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지만 2024년 타율 2할5푼8리 78안타 11도루에 그쳤고, 지난해 타율은 2할8푼이었지만 112안타 11도루를 기록했다.
젊은 야수들이 많은 삼성에서 썩 인상적인 활약은 아니었다. 류지혁도 "삼성의 2루수를 맡고 있어 너무 좋다"면서도 "유격수 이재현, 3루수 김영웅이 너무 잘 해서 하이라이트에도 항상 나오고 나는 없다"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어쩌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이를 막문 훈련의 효과는 나오고 있다. 류지혁은 시즌 초반이지만 5경기 타율 3할8푼5리(13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 3도루를 기록 중이다.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 3개였는데 벌써 마수걸이포를 신고했다.
류지혁은 이제 고참으로 구자욱과 함께 어린 야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KIA에서 함께 뛰었던 42살 최형우가 삼성으로 이적한 뒤 믿고 의지할 정도다. 류지혁은 "형우 형이 처음에 어린 선수들과 친하지 않아 챙겨달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지금은 적응 다 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최형우의 조언도 들으면서 서로 의지하고 있다. 류지혁은 "형우 형이 한 경기, 한 경기만 생각하며 야구를 하라고 얘기해줬다"면서 "어차피 시즌은 긴데 전체를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으니 한 경기 플랜만 짜고,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훈련으로 도태되기는커녕 어쩌면 인생 시즌을 만들 준비가 된 류지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