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장애인도 아니고 비장애인도 아닌, '경계선 지능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약 70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이들을 위한 법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CBS는 경계선 지능인을 둘러싼 현실과 과제를 5차례에 걸쳐 보도했는데요, 기획 보도한 김정록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기자.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질문1]
우선 경계선 지능인, 생소한 분들도 있을텐데요. 어떤 사람들입니까?
[답변1]
일반적으로 지능지수, IQ가 70 이하면 지적장애, 85 이상이면 평균 범주로 보는데요. 그 사이, 71에서 84 사이에 놓인 사람들을 경계선 지능인, 또는 느린학습자라고 부릅니다. 아직 제대로 된 실태조사 결과가 없어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미국 학회의 추정 방식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에 약 7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는데, 인지 속도가 느려서 학습이나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특징이 있습니다.
[질문2]
장애인도 아니고, 비장애인도 아닌 그 사이를 말하는군요. 특히 청년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데요.
[답변2]
네, 제가 만난 김병준씨도 그런 사례입니다. 병준씨는 지난 1월 서울 마곡동의 한 건물에 경비 업무로 취업했습니다. 업무 중에는 10층에 가까운 건물을 1시간 안에 순찰해야 했는데요. 동료들은 40~50분이면 끝내는 일을 병준씨는 1시간을 넘어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1]"그 한 시간 내에 못 돌고 온 적도 있는 것 같았어요. 이 정보들이 저 같은 경우에는 너무 늦게 입력하니까 저도 답답한 거예요."
결국 병준씨는 2주 만에 퇴사했습니다. 그 전에도 병원 보호사, 아파트 경비 등을 전전했지만 3개월을 넘긴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직장 동료들로부터 '왜 이렇게 느리냐'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질문3]
그렇다면 이들이 어렸을 때, 학령기 시절에는 어떻습니까?
[답변3]
네, 취재 과정에서 이들이 학령기부터 많은 벽에 부딪힌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일반학급 수업을 따라가기는 벅찬데, 특수학급은 또 수준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특수학급 교사가 '수준이 맞지 않는다'며 받지 않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문제는 학업만이 아닙니다. 또래보다 조금 느리다는 이유로 학교 폭력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병준씨는 고등학교 때 얼굴을 맞아 입술이 찢어져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2]"그저 그냥 재미 삼아죠. 자기네들보다 느리다는 거, 뭐 다른 이유는 없대요. 고등학교 때도 한 번 저기를 해가지고 이제 여기를 맞아가지고 여기가 수술했어요."
이게 병준씨만의 경험이 아니라, 제가 취재한 10여명의 경계선 지능인 당사자들 대부분이 과거에 학교 폭력을 겪었거나 현재도 겪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를 자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질문4]
이런 상황이라면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클 것 같은데요?
[답변4]
네 맞습니다. 특히 사기 범죄에 취약합니다. 전주에 사는 21살 홍정화씨는 일자리를 찾아 부산에서 자취를 하려다 인터넷으로 소액대출을 알아봤습니다.
이후 대출업자에게 끌려가 본인 명의로 최신 스마트폰 4대, 800만 원 어치를 개통했습니다. 지능지수 71인 정화씨는 이 과정을 정상적인 대출 절차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머니 송주연씨가 대출업자와 휴대폰 대리점에 전화해서 "우리 아이가 경계선 지능이다, 한 번만 봐달라"고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은 "장애인증이 있느냐"는 말이었습니다. 경찰 역시 '기망행위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연씨 말 들어보시죠.
[인서트3]
"그래서 그런 일도 많이 당했고 사기 아닌 사기도 많이 당했어요. 그래서 막 너무 마음이 아파요. 차라리 지적 장애인이었으면은… 너무 마음이 아파요.
[질문5]
학령기에는 학폭, 청년기에는 취업과 사기 문제까지. 결국 생애 전반에 걸쳐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건데, 제도적 대책은 어떻습니까?
[답변5]
현재 경계선 지능인을 규정한 법 자체가 없습니다. 국회에 관련 법안 11개가 계류 중이지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대상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지능지수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기준 설정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원이 늦어질수록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인교대 이대식 교수입니다.
[인서트4] "특수 쪽으로 갈 가능성이 더 많아지는 거죠.그리고 전체 700만 명이라는 것을 인구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인 관점에서 얘네들을 올리는 게."
정부는 올해 상반기 경계선 지능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약 7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에게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이번 조사가 첫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