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먹는 아버지들, 상처 입은 아들들."
신화 속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는 자식을 가두거나 삼켜버리는 존재였다. 이 잔혹한 '아버지 원형'은 단순한 신화적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체념과 분노, 무기력에 빠진 청년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신간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은 이 장면에서 출발해, 현대 사회의 '남성성 위기'를 신화와 심리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제우스, 헤파이스토스, 아폴론, 헤르메스, 디오니소스, 하데스 등 여섯 남신을 통해 인간 내면의 다양한 원형을 읽어낸다. 신들은 단순한 신화적 존재가 아니라, 우리 안에 공존하는 성향과 힘의 상징이다.
제우스는 폭력적 지배자가 아닌 '통합적 리더십'의 모델로, 헤파이스토스는 결핍과 열등감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 남성의 초상으로 재해석된다. 아폴론은 이성과 통제의 상징이지만, 과잉된 합리성이 삶을 억압하는 강박으로 변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반대로 헤르메스는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지혜를, 디오니소스는 억압된 감정과 생명력의 해방을 상징한다. 하데스는 비어 있음 속에서 '참자기'를 발견하는 심연의 세계로 제시된다.
책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오늘날의 위기는 특정 세대나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여러 원형이 균형을 잃은 결과라는 것. 신화는 그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오래된 언어이자, 인간을 다시 이해하는 틀로 제시된다.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신간 '뇌는 어떻게 노화를 늦추는가'는 이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오래 사는 시대에 들어섰지만, 어떻게 '건강하게' 나이 들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인지신경학자 로버트 P. 프리들랜드는 50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쇠퇴'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과정'으로 재정의한다. 핵심은 뇌다. 단, 뇌는 고립된 기관이 아니라 신체와 환경, 사회적 관계까지 연결된 복합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예비 역량(reserve capacity)'이다. 인지적·신체적·심리적·사회적 네 가지 회복력을 균형 있게 갖출 때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건강한 노년은 유지되기 어렵다.
책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운동과 수면, 식단 같은 기본 습관부터 학습 활동, 명상,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뇌는 노년기에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강조한다.
로버트 P. 프리들랜드 지음 | 노태복 옮김 | 현대지성
"우리 머릿속에는 1,400그램짜리 작은 도시가 있다. 860억 개의 뉴런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감정과 기억, 판단을 만들어낸다."
신간 'AI 시대라서 뇌과학을 공부합니다'는 이 '작은 도시'의 작동 원리를 따라가며,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묻는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동안, 인간의 뇌는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만든다는 점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저자 정갑수는 챗GPT 등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을 배경으로, 인간의 '자연지능'을 다시 이해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전문직 대체 가능성 등 AI가 던진 위기 속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통찰과 직관, 추상적 사고의 근원이 바로 뇌에 있다는 것이다.
책은 뇌를 하나의 도시로 비유하며 구조와 기능을 쉽게 풀어낸다.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간, 균형과 운동을 조절하는 소뇌,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 기억을 정리하는 해마 등 복잡한 뇌의 메커니즘을 일상의 언어로 설명한다.
특히 감정과 이성의 충돌, 기억의 형성과 왜곡, 수면과 학습의 관계 등 인간 경험의 핵심을 뇌과학으로 해석하며 "인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정갑수 지음 | 북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