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에 0-7로 뒤진 7회말 오스틴 웰스(뉴욕 양키스)에게 3점포를 허용했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2009년 이후 17년 만의 2라운드 진출. 하지만 7이닝 만에 짐을 싸야 했다.
함께 중계를 보던 아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빠, 왜 7회까지만 하고 끝나요?"
당연했다. 우리가 아는 야구는 9이닝이다. 아이가 종종하는 스마트폰 야구 게임도 9이닝으로 끝난다. 그런데 야구가 7회에 끝났으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 콜드게임으로 끝난 거야"라고 가볍게 답했다. 콜드게임. 규정에는 '심판원이 종료를 명하였을 때 양 팀의 총득점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나왔다. 어떤 이유로든지 주심이 종료를 선언한 게임을 가리키는 말로, 'COLD'가 아닌 'CALLED' 게임이다. 쉽게 말해 주심이 "여기서 끝"이라고 하면 끝이다.
너무 쉽게 넘어가려고 했을까. 아이의 반응은 영 미지근했다. 원하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콜드게임이 된 거예요"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깊게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WBC 콜드게임 규정부터 알려줬다. WBC는 5회 종료 시점에서 15점 차 이상, 7회 종료 시점에서 10점 차 이상이면 경기가 종료된다. 다만 조별리그와 8강전까지만 콜드게임이 적용된다. 한국 야구는 2009년 WBC에서도 일본에 2-14, 7회 콜드게임을 당한 경험이 있다.
아마야구는 조금 다르다. 5회 10점, 7회 7점 차 이상이면 콜드게임이 선언된다.
문득 떠오른 사례가 있어서 검색을 한 뒤 아이에게 알려줬다. 일본 고교야구에서 나온 사례다. 1998년 아오모리현 대회에서 나온 122-0 경기다. 당시 7회 콜드게임으로 끝났고, 일본이 콜드게임 규정을 5회 10점, 7회 7점 차 이상으로 바꿨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그럼 프로야구에도 콜드게임이 있어요?"
순간 "없다"라고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강우 콜드게임이 있기 때문이다. 점수 차에 의한 콜드게임은 없지만, 비로 콜드게임이 선언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5회말까지 진행 여부에 따라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될 수 있고, 아예 노 게임이 선언될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다행히 비가 오면 야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책을 통해 알고 있는 눈치였다.
며칠 후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달려왔다. 손에는 만화책(다이아몬드 에이스)이 들려있었다. 아이는 "여기도 콜드게임이 나와요"라고 활짝 웃었다. 물론 주심이 경기를 종료시키는 여러 상황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흔히 알고 있는 점수 차에 의한 콜드게임은 확실히 이해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