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자신의 SNS에 가정폭력의 비극을 담은 시를 공유하며 올린 소회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의 문학적 형상화를 '사회 구조적 문제'로 해석하려 했다는 시각과, 가정폭력 가해자의 폭력을 '취약한 가장의 불안'으로 치부하며 감정이입을 했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가해자의 불안이 폭력으로 전염?"… 거센 비판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논란은 지난달 26일 추 의원이 공유한 문경수 시인의 시 '승희 미용실'과 이에 덧붙인 감상평에서 발단이 됐다.
해당 시는 아버지가 던진 국수 그릇을 뒤집어쓰고 미용실로 피신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 아버지를 막기 위해 칼을 쥐고 골목을 지키는 아들의 처절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
추 의원은 이 시를 읽으며 "생존경쟁을 강요하는 구조적 폭력과 취약한 가장의 불안이 보살펴야 할 가족을 향한 병적인 폭력으로 전염되고, 약자가 더 약자를 괴롭히는 모순을 소년의 심성으로 고발하는 시"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추미애 페북 가폭 가해자 감정이입 VS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찬반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시 어디에도 '취약한 가장'이라는 전제도 없을뿐더러 취약한 가장이라는 서사를 부여해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며 "'생존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구조 안에서 취약한 가장이 가진 불안'으로 인한 행위라고 하는 건 이상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여성 정치인으로써 어떻게 가정폭력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나"라며 "취약한 환경에서도 가족 먹여 살리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고, 가정폭력이 가난한 가정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상황이 저래서 가정폭력을 한다고 말해버리면 그저 '가난 혐오'"라고 꼬집었다.
추 의원의 감상평이 피해자가 겪은 직접적인 공포와 외상후스트레스보다 가해자의 심리적 상태를 우선시한 해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모순 짚은 행정적 고민"… 옹호론도 팽팽
반면 추 의원의 글이 개인의 폭력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병폐를 꿰뚫어 본 것이라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추 의원은 감상평 말미에 "거창한 구호가 아닌 삶의 고통을 느끼고 덜 수 있는 행정을 고민해야겠다"고 덧붙였다.한 네티즌은 "실제로 키작남(키가 작은 남자)이 여자 때리고, 쥐뿔도 없는 애비가 아내 때리는 이 현상 자체가 어긋난 가부장제에서 나온다"며 "그 현실을 말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취약'이라는 단어로 확대 해석하는 같다"고 맞섰다.
가정폭력의 근저에 깔린 사회구조적 스트레스와 대물림되는 폭력의 굴레를 행정가로서 고민해 보겠다는 취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페미니즘 반대" 과거 발언 소환… 젠더 갈등 비화
이번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추 의원의 과거 '반(反) 페미니즘' 성향의 발언을 다시금 조명하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 2021년 대선 국면 등에서 "페미니즘에 반대한다"거나 "여성주의에만 안주하는 것은 편협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성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추 의원은 "기회의 공정을 원했지 특혜를 원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여성계에서는 "젠더 폭력의 구조적 특수성을 부정하는 시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