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의 통화가 담긴 녹취파일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해당 녹취는 이화영씨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했던 진술의 신빙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박 검사가 국내법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이른바 '플리바게닝(형량 거래)'을 통해 이 대통령까지 공범으로 엮으려 했다는 의혹의 근거이기도 하다.
서 변호사는 박 검사 측이 먼저 필요한 진술을 요구하며 회유·협박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박 검사는 서 변호사가 먼저 형량 감경 제안을 했고 이를 거절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통화 시점 순으로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①회유 의혹 : "부인하면 10년에서 시작"
회유 의혹의 핵심은 박 검사가 정당한 자백 유도를 했는지, 아니면 수사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압박을 가했는지 여부다.2023년 5월 25일 통화에서 박 검사는 부장판사 출신 서 변호사를 '부장님'이라고 부르며 "저희를 조금만 도와주시면 좋겠다", "내일 이 부지사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주면 안되겠냐"고 애원했다. 이화영씨의 진술 태도 변화를 서 변호사가 견인 또는 촉진해 달라는 요구다. 박 검사는 동시에 "부인하면 10년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냐", "계속 가면 10년 이상 구형할 것"이라며 중형을 암시했다.
그럼에도 서 변호사가 이화영씨의 선택지의 하나로 "그냥 죽어버리는(검찰의 진술 요구에 응하지 않고 처벌을 받는)" 방안을 거론하자 박 검사는 '정권이 바뀌어도 사면해주긴 힘들 것'이라는 취지로 설득을 이어가려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화를 두고 박 검사가 서 변호사와 이화영씨를 회유하려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화영씨가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자 변호인을 통해 압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박 검사는 단순히 법률적 응대이자 절차 설명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변호인의 전략을 묻는 통상적인 대화였으며, 자백 시 선처라는 우리 법상의 원칙을 설명한 것일 뿐 압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10년 이상 구형' 언급도 특가법상 뇌물죄의 법정형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②거래 제안 의혹 : "자백이 있어야 그거를 한다"
거래 제안 의혹은 검찰이 제공할 수 있는 사법적 처우를 특정 진술의 대가로 제시했는지가 쟁점이다.2023년 6월 19일 통화 녹취에서 박 검사는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 상태였던 이 전 부지사의 보석이나 공익제보자 인정도 가능하다며 "추가 영장을 안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언급했다.
이 녹취는 박 검사가 형량 거래를 제안했다는 의혹의 핵심 근거로 제시된다. 이화영씨를 종범으로 낮춰주는 대신 경기지사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을 주범으로 특정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특히 협조 여부에 따라 타인(지인 등)의 영장 청구 여부까지 직접 조절하고 있다는 발언도 명백한 거래 정황으로 보고 있다.
박 검사는 정반대 논리를 제시한다.
박 검사는 △서 변호사가 자신에게 먼저 이 전 부지사를 주범이 아닌 종범으로 처벌해 달라('그거')고 제안했으며 △해당 제안이 가능하려면 법리적으로 '주범'이 존재해야 한다는 내용을 설명했을 뿐이고 △제안대로 이뤄진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시점에는 이미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허위 자백을 유도했다고 보기엔 시간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③사건 설계 의혹: "사이즈 커지면 이화영씨는 아마 나갈 것"
사건 설계 의혹은 수사팀이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진술을 그 틀에 맞추려 했는지가 핵심이다.2023년 6월 19일 통화에서 박 검사는 "제3자 뇌물이든 직접 뇌물이든 공범을 이재명이랑 같이 갈 것", "직권남용도 공범으로 갈 것"이라고 말해 혐의 구성 방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를 두고 단순한 법리 설명이 아니라, 특정 인물을 공범으로 설정하는 '사건 설계'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결론을 '이재명 주범'으로 정해놓고 진술을 짜 맞추려 했음을 보여주는 '스모킹 건'이라는 주장이다.
박 검사는 또 "그 재판은 재판장이 선고할 수 없는 사이즈"라며 정치적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거론한 뒤, "그렇게 되면, 좀 지나면 이 부지사는 아마 나갈 것"이라며 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력 정치인 이재명에게 모든 관심이 쏠리고 다른 인사들이 검찰 편에서 재판에 서게 되면, 이화영이 보석 등으로 풀려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해당 녹취를 들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금 공개된 부분만 보면 매우 부당하고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박 검사는 이날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이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증인선서를 거부하며 퇴정 조치된 뒤 별도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