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노숙인·쪽방촌 주민과 함께한 부활절…"절망을 희망으로"

5일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진행된 2026 부활절 예배. 오요셉 기자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가 거리의 노숙인·쪽방촌 어르신들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기쁨을 나눴다.

다일공동체는 부활절인 5일,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 앞마당에서 '예수 부활, 밥퍼 부활'을 주제로 거리 부활절 감사예배를 드렸다. 예배엔 쪽방촌 주민과 홀몸 어르신, 후원회원, 자원봉사자 등 1천여 명이 참석해 예수 부활의 의미를 돌아봤다.

해마다 '거리 성탄예배'를 드려온 다일공동체는 올해 처음으로 '거리 부활절예배'를 마련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다시 기억하고, 건물 증축을 둘러싼 동대문구와의 소송이 대법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밥퍼의 '부활'을 함께 기도하자는 뜻에서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그 누구보다도 부활 신앙을 마음속 깊이 품고 계시는 분들이 바로 쪽방 어르신들"이라며 "이번 부활절 예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상생과 화해, 나눔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다일공동체는 "예수님께서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전하신 것처럼 '밥퍼나눔운동본부'는 끝까지 소외된 우리 이웃의 친구로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오요셉 기자

설교자로 나선 실천신학대학교 총장 정성진 목사는 부활의 의미를 "절망을 희망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옛 사람을 새 사람으로 바꾸는 생명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과거의 슬픔과 한, 원망과 열등감, 모든 죄를 십자가에 못 박고 예수님과 함께 장사 지내야 한다"며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새 사람으로 살며, 옛 상처에 머무르지 말고 다른 이의 아픔을 섬기는 삶으로 나아가자"고 권면했다.

한편,  이번 예배에서는 33년 동안 밥퍼 무료급식을 이용해 온 95세의 한 어르신이 최근 평생 모은 돈 9천5백만 원을 헌금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감동을 더했다. 이 어르신은 "밥퍼가 없었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95번째 생일에 직접 밥퍼를 찾아 헌금했다.

최 목사는 "밥퍼는 구청이나 서울시, 보건복지부 지원 없이, 이렇게 아끼고 모은 것을 자신이 아니라 이웃에게 내어놓는 순수 민간 후원으로 38년을 버텨왔다"며 "이웃을 향한 사랑과 나눔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38년 간 이어진 밥퍼, 오늘의 '오병이어' 기적"


우원식 국회의장은 "예수님께서는 늘 '무겁고 가난한 자들아, 다 나에게 와서 편히 쉬어라'고 말씀하셨다"며 배고프고 외로운 자들과 함께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강조했다. 오요셉 기자

이날 부활절 예배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김명전 한세대 이사장, 정진호 포항공대 교수 등 각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청량리 굴다리 아래에서 쓰러진 노숙자에게 설렁탕을 대접하며 시작된 밥퍼가, 오늘은 수천 명이 함께 밥을 나누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은 말구유라는 가장 가난한 자리에서 태어나셨고, 십자가라는 가장 낮고 처참한 자리에서 생을 마치셨다"며  "늘 힘없고, 가난하고, 외로운,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하신 예수님의 정신이 밥퍼에 가득 배어 있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장은 "힘이 없어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일한 만큼 대가를 제대로 받고, 이 나라를 여기까지 이끌어오신 어르신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며 "노인들이 가난과 빈곤, 질병에 시달리지 않는 복지 사회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원식 의장과 정성진 목사, 정진호 교수 등은 예배 후 직접 배식 봉사에 나섰다. 오요셉 기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축사에서 "밥퍼 공동체는 어르신들의 끼니만 책임지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과 미래를 심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4월 5일 식목일과 부활절이 겹친 오늘, 나무 한 그루를 심듯 한 사람의 삶에 희망을 심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라며 "부활의 생명을 나누는 밥퍼와 함께 서울교육도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명전 한세대 이사장은 "밥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기도해왔다"며 "오늘 부활절이 밥퍼의 부활을 알리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진호 포항공대 교수는 "우리 인생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배우는 길이 아니라, 굶주린 이웃을 어떻게 먹이고 함께 사는지 배우는 여정"이라며 "연변과 평양 과기대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치며 한 사람의 밥을 책임지는 일이 한 민족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고 말했다.
 

'증축 논란' 1·2심 승소…동대문구 상고에 대법원 판결만 남아

다일공동체의 이번 부활절 선물 도시락과 패딩조끼, 설렁탕, 빵, 부활절 계란 등으로 구성됐다. 오요셉 기자

예배 참가자들은 밥퍼의 '부활'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했다.

앞서 동대문구청은 다일공동체의 증축이 불법이라며 철거를 추진했고, 다일공동체는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동대문구가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이제 대법원 최종 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최일도 목사는 "8천 명의 동대문구 주민들과 15만 명 한국교회 성도들이 지지 서명으로 마음을 모아 주셨다"며, "앞선 법원의 판결은 행정의 일관성과 복지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매우 정의로운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통해 분쟁이 조속히 종결되길 바란다"며 "생명의 밥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부활의 희망을 나누겠다"고 전했다.
 
다일공동체는 오는 5월 2일 '오병이어' 행사와 5월 8일 어버이날 잔치를 통해 쪽방촌과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의 자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부활절 헌금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우간다 밥퍼 사역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다일공동체는 "동대문구청의 상고는 소모적인 법적 공방을 지속해 행정력을 낭비하고, 밥퍼를 이용하는 수많은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을 다시 불안하게 만드는 처사"라며 "지자체는 갈등의 주체가 아닌, 갈등을 조정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보듬는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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