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2(이하 시즌2)'를 연출한 이성진 감독이 배우 윤여정과 송강호를 캐스팅한 배경을 전했다.
이 감독은 7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시즌2에 한국적인 부분을 더 담아보려고 했다"며 "최고 수준으로 목표를 삼고 지구상 가장 위대한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는 윤여정, 송강호를 섭외해 보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본을 받은 송강호가 자신과 어울리는 역할인지 모르겠다며 처음에 정중하게 거절했다"며 "속상해서 윤여정에게 전화드려 '죄송합니다, 안 하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렸다"고 떠올렸다.
이어 "윤여정이 직접 송강호에게 전화해 '한국 최고의 배우인데 어떤 역할이든지 할 수 있어, 해낼 거야'라고 말씀을 해주셨다고 하셨다"며 "설득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 역할은 송강호가 아니었으면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배우 찰스 멜튼은 "역대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꿈을 이뤘다"며 "송강호는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존재감이 대단하더라. 윤여정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시즌2는 특권층이 모인 컨트리클럽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컨트리클럽의 총지배인 조시(오스카 아이삭)와 린지(캐리 멀리건) 부부, 컨트리클럽 직원 오스틴(찰스 멜튼)과 애슐리(케일리 스페이니) 커플이 등장하며 윤여정과 송강호는 억만장자 클럽 오너 박 회장과 그의 두 번째 남편 김 박사를 각각 맡았다.
시즌1이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다뤘다면 시즌2는 한국계 혼혈 인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찰스 멜튼은 "제가 어렸을 때 6년 정도 한국에 살았었는데 저희 어머니도 한국에 넘어온 이민자"라며 "이성진 감독이 저처럼 한쪽 부모님인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주신 것에 깊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시즌1 성공 이후 RM 뮤직비디오를 찍는 등 한국에 올 기회들이 많이 있었다"며 "K팝 아이돌 그룹이나 재벌들과 함께 하면서 한국 상류층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 세계가 너무나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부분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 봉준호 감독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윤여정, 송강호의 첫 등장 장면을 촬영할 때 봉준호 감독이 모니터를 보고 있는 저를 보시면서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며 "화면을 보시더니 이렇게 찍을 거냐고 농담하셨는데 오랫동안 기억이 날 것 같다"고 웃었다.
시즌2 연출 방향에 대해서는 "사랑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단계들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진행될 것"이라며 "네 커플이 나오는데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대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글을 쓸 때 자본주의나 계층 간의 갈등과 같은 우리 앞에 놓여있는 주제는 빼놓고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즌1은 미국 사회 속 이민자들의 삶을 담으며 눈길을 끌었다. 이어 2024년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작가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총 8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