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죽음으로 내몬 장수농협 임원들 '벌금형'

괴롭힘·노무사 비밀누설 등 협박과 부당지시 '유죄'
법원 "죄책 무겁지만, 사망 인과 단정 어려워"


법원이 전북 장수농협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전북 장수농협에서 30대 새신랑 이모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자신의 근무지에서 사망한 지 약 3년 만이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강대현 판사)은 7일 근로기준법 위반과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장수농협의 한 센터장 A씨와 공인 노무사 B씨, 조합장 C씨, 이사 D씨, 장수농협에게 각각 벌금 300만~1천만 원을 선고했다.
 
A씨 등 4명은 지난 2022년 10월쯤 '명령 불복종으로 인사 조치하겠다'는 말로 장수농협 직원 이 씨를 수차례 협박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감사에서 지적될 업무를 미리 맡기는 등 그를 괴롭힌 혐의로 기소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故 이(33)씨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가족에게 남긴 메시지. 유가족 제공

이 씨는 지난 2023년 1월 12일 자신이 일하던 장수농협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사망했다. 신혼 3개월 차였다.
 
당시 초·중·고 전라북도 대표 레슬링 선수로 활동하고, 군 복무 시절 유격 훈련을 받다 부상을 입어 국가유공자가 된 한 청년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지자 가해자들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직원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위치에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 가할 것처럼 피해자를 협박했다"며 "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법적 조치하겠다'고 말하거나 감사에서 지적될 사항을 미리 피해자에게 업무 지시해 불리한 처우를 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노무사로서 비밀을 엄수해야함에도 가해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를 미리 누설하는 등 이들의 행위에 대해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공소사실에 나타난 협박 등으로만 돌리긴 어렵고 피고인들이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온 A씨 등은 "숨진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답변한 뒤 자리를 떴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A씨 등은 "숨진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등의 질문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김현주 뉴미디어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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