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 봄이 2번이나 왔다. 오심 논란의 피해를 입었던 현대캐피탈이 벼랑 끝에서 다시 기사회생했다.
현대캐피탈은 8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대한항공과 4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23 25-23 31-29)으로 이겼다. 6일 3차전까지 2경기 연속 완승이다.
적지에서 먼저 2패를 안았던 현대캐피탈은 5전 3승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 팀은 9일 하루를 쉰 뒤 10일 대한항공의 홈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마지막 5차전을 펼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4일 2차전에서 오심 논란의 희생양이 됐다. 5세트 14-13 리드에서 레오의 서브가 라인에 걸친 것처럼 보였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 판정이 내려진 것. 결국 현대캐피탈은 듀스 끝에 2차전을 내주며 벼랑에 몰렸다. 역대 20번의 남자부 챔프전에서 1, 2차전 승리 팀은 11번 모두 우승한 바 있다.
2차전 뒤 필립 블랑 감독은 "마지막에 (승리를) 강탈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사과를 했지만 "(한국배구연맹)총재와 심판위원장이 모두 같은 굴레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다소 선을 넘는 발언까지 터뜨렸다.
3차전이 열린 6일 유관순체육관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2차전을 부당하게 뺏겼다고 여긴 현대캐피탈 팬들의 마음이 담긴 상징이었다.
성난 현대캐피탈은 3차전을 이겼지만 아직 분은 풀리지 않았다. 4차전에 앞서 블랑 감독은 "아직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우승해야 씻겨 내려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분노의 힘은 여전히 강했다. 현대캐피탈은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1세트 기선을 제압했다. 대한항공이 정지석-임재영 쌍포를 앞세워 8-7, 16-15로 테크니컬 타임 아웃을 앞선 채 맞았지만 현대캐피탈은 승부처에서 블로킹이 빛났다. 21-21에서 리베로 박경민이 혼신의 디그를 해내자 신호진이 임재영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았고, 세트 포인트에서는 레오가 정지석의 오픈 강타를 블로킹하며 포효했다.
기세가 오른 현대캐피탈은 2세트에는 반대로 테크니컬 타임 아웃을 1점, 2점 차 앞선 채 맞았다. 세트 후반 레오의 블로킹에 막힌 정지석이 공격 실책까지 범하며 현대캐피탈이 19-16으로 달아났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이 임동혁의 1인 블로킹에 막혀 23-22까지 쫓겼지만 작전 타임 뒤 허수봉이 3인 블로커에도 터치 아웃을 이끌며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고, 최민호가 속공으로 끝냈다.
대한항공도 3세트 정지석, 임동혁, 정한용의 강타를 앞세워 24-23 세트 포인트에 먼저 도달하며 반격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도 허수봉, 레오의 활약으로 듀스 접전 양상을 만들었다. 허수봉과 정지석의 거포 대결로 숨막히게 전개된 승부는 레오가 강타와 함께 절묘한 연타로 경기를 끝냈다.
허수봉이 양 팀 최다 20점을 올렸고, 레오도 17점으로 거들었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19점, 임동혁이 11점으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