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격 휴전으로 중동 리스크 완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물가 상승 압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에너지·생활필수품 등 43개 품목의 가격 및 수급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동전쟁 관련 품목별 가격동향 점검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재경부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이상으로 상승함에 따라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68원으로 지난달 26일 대비 149원 상승했고, 경유는 1960원으로 같은 기간 145원 올랐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에너지 절약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운송비는 택배비 3천~5천 원, 이삿짐 운송료 6만~6만4천 원 수준으로 현재까지 큰 변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유가연동보조금을 기존 50%에서 70%로 확대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을 통해 운송업계 부담 완화에 나섰다.
정부는 원유 기반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공산품 분야에서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폴리에틸렌(PE) 등 원료 가격은 20~50% 상승했으며, 페인트 원료인 용제 가격은 최대 55%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페인트 제품 가격도 20~55% 인상됐지만, 정부는 최근 주요 업체들이 인상폭을 약 10%포인트 축소하거나 철회했다고 밝혔다.
포장재 역시 가격 상승과 재고 감소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수액제 포장재에 나프타를 우선 공급하고, 표시 규제를 완화해 기존 잉크·각인 방식 대신 스티커 부착을 허용했다.
건설자재인 레미콘 혼화제와 아스팔트 가격 상승으로 공사 차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3일부터 비상경제 TF를 가동해 공사 중단 현장을 점검하고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생활필수품 가격은 현재까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제, 기저귀, 화장지,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은 최근 가격 인상이 없으며, 지난달 25일부터 일일 가격 점검을 실시 중이다.
다만 종량제 봉투는 전국 평균 3.4개월분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지방자치단체 간 물량 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먹거리 분야도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과일의 경우 할당관세 적용 이후 가격이 하락했다. 바나나는 100g당 337원에서 334원으로 0.9% 감소했고, 망고는 개당 5379원에서 4619원으로 14.1% 하락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수산물은 할인 지원과 비축 물량 방출로 대응한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최대 50% 할인 행사를 실시하고, 명태 비축 물량을 오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방출할 계획이다.
민생 핵심 품목인 계란과 닭고기 공급 확대도 추진된다. 정부는 신선란 359만 개 추가 수입을 진행 중이며, 닭고기는 최대 40% 할인과 함께 종란 수입을 통해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 전기요금 등 중앙 공공요금과 함께 택시·버스·지하철 등 지방 공공요금도 동결 원칙에 따라 관리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시장 질서 확립에도 나섰다. 석유제품과 요소수에 대해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며, 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담합 조사 결과를 상반기 중 심의할 예정이다.
재경부 강기룡 차관보는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위 중심으로 밀가루·전분당 분야 담합 조사를 이미 완료했으며 상반기 중 심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교복에 대해서도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전수 조사를 바탕으로 품목을 간소화하고 품목별 상한가를 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