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일감 감소와 임금 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고유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란 사태의 여파로 경유값과 함께 차량 유지비도 급등했지만 유가보조금 등 혜택에서는 배제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에 사는 타이어식 굴착기 기사 김모(50대·남)씨는 최근 기름값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김씨는 "지금이 IMF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 차라리 일이라도 있었던 IMF 때가 더 낫다"며 "지금은 일도 없어서 한 달에 열흘만 일을 나가도 다행일 정도인데, 기름 값이 일당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고 토로했다.
15t 덤프트럭 기사 안모(50대·남)씨 역시 기름값 폭등으로 타격이 크다고 호소한다. 안씨는 "15t이라 건설기계 중에서는 작은 차에 속하는데도 하루 10만 원 정도였던 기름 값이 15만 원을 훌쩍 넘어 18만 원까지 나온다"며 "일이 없는 와중에 겨우 일당을 받아도 기름 값 내고, 차량 할부금과 유지비를 내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란 사태 이후 경유값이 폭등하면서 대부분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수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굴착기나 덤프트럭 등의 경우 임대료에 유류비가 이미 포함되어 있고, 오른 기름 값이 임대료에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기사들이 유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최근 계속된 고유가 흐름에 치솟은 차량 수리비와 유지비 등도 건설기계 노동자 수익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지역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이 부족한 데다 다수 현장에서 임금 체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값 폭등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반응이 터져 나온다.
침체된 건설경기는 관련 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6년 2월 부산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부산 지역 건설수주액은 469억 원에 그쳐, 전년 같은 달 대비 무려 84.6%나 급감했다.
건설기계 노동자 임금체불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조사 결과 지난 2월 기준 부산지역 건설기계 노동자 임금체불액은 모두 8억 8천만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한 임금체불까지 합치면 전체 체불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고유가에도 직격탄을 받아 이중고를 겪지만 유가 연동보조금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법적으로 유가보조금의 지급 대상은 영업용 화물차로 정해져 있어, 화물차 아닌 장비로 분류되는 건설기계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기름값 폭탄'을 맞고 있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 안전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건설노조 측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건설 현장과 업계 전반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는 임대계약 구조와 정부 보조금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김태욱 사무국장은 "지금 상황이 지속돼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하면 임대료 상향을 요구하며 건설기계 전체가 작업을 멈출 가능성도 있다"며 "유가 상승분이 임대료에 바로 반영되도록 임대차계약 구조를 개선하고, 정부 유가보조금 대상에 건설기계도 포함시키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