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에 대해 '공소권없음'과 '혐의없음' 판단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 전 의원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지 하루 만이다.
합수본은 10일 '전·현직 국회의원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전 의원의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위반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경찰 수사팀의 불송치 결정 및 오늘 검찰 기록반환으로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2018년 무렵 통일교로부터 한일 해저터널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 2천만원과 1천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1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통일교가 설립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이 2018년 개최한 해저터널 행사에 전 의원이 참석하고, 전 의원의 책 500권을 통일교 측이 1천만 원에 구입해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합수본은 '전 의원 미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유니버설 재단 및 선화예술중고 이전 개발' 등이 적힌 통일교 내부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통일교 측이 전 의원에게 명품시계 등 금품을 제공한 시점과 장소를 '2018년 8월 21일, 천정궁'으로 특정했다. 또 2018년 2월 9일 정원주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이 785만 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1점을 구입했고 2019년 7월쯤 전 의원의 지인이 해당 시계의 수리를 맡긴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까르띠에 시계 실물은 확보하지 못했다. 합수본 관계자는 "전 의원과 통일교 정선교회장 A 목사가 8월 21일 천정궁을 방문했을 때 시계가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 의혹이 제기됐던 불가리 시계에 대해선 "구입 시기와 전 의원 측의 천정궁 방문 시기 등을 따져봤을 때 전달됐을 가능성이 낮은 걸로 보고 배제했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시계를 포함해 제공된 금품이 3천만 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대가성이 없이도 처벌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미 지난 상태다. 직무 대가성을 동반한 뇌물죄의 경우 수뢰액이 3천만 원을 넘으면 공소시효가 10년이 되지만, 3천만 원 미만이면 7년이 적용된다.
합수본은 "김건희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전 의원에게 시계와 함께 현금이 제공됐다고 진술했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전달된 금품의 내용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고, 달리 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시계를 포함해 제공된 금품이 3천만 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려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자서전 구매 의혹의 경우에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합수본은 수사 결과 통일교에서 2019년 10월쯤 전 의원의 자서전 500권을 1천만원에 구입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그 무렵 통일교에서 전 의원을 만나거나 구체적인 청탁을 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통일교가 정가(2만원)를 주고 책을 실제 구입했으며 △전 의원이 통일교에서 책을 구입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는 점 등에 비춰 혐의가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확정 하루만…합수본 "선거 일정 고려한 발표 아냐"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았던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합수본은 임 전 의원이 2016~2023년 각종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등 통일교 측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김 전 의원 또한 2018~2021년 통일교 및 산하 단체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2020년 2월 8일 경기도 가평의 천원단지를 방문하는 등 통일교 측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도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 금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없고, 구체적인 금품 수수 액수 및 제공 경위 등이 불분명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 역시 공소권 없음·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합수본은 증거 인멸 의혹을 받는 전 의원의 보좌진 4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확인됐다고 보고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 압수수색이 예상되자 부산 지역구 사무실 내 PC를 초기화한 혐의를 받는다. 합수본은 다만 전 의원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합수본이 이러한 수사 결과를 내놓은 시점은 전날 민주당의 6·3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전 의원이 선출된 다음 날이다. 이와 관련 합수본 관계자는 "선거 일정을 고려해서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이 부분(전 의원 수사 결과)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수본은 "이번 사건 외에 통일교의 단체 자금을 이용한 정치인 불법 후원 사건, 신천지의 특정 정당 가입 강요 및 조세 포탈, 업무상횡령 등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 제기된 정교유착 등 의혹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