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침엽수 떼죽음…한국 유독 걱정되는 이유[기후로운 경제생활]

한국 고유종 '구상나무', 해외에서도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인기
한라산, 지리산 등에서 집단 고사…고사율 8~9%로 추정
전 세계적으로 상록침엽수 고사율 34%
국제자연보전연맹, 우리 구상나무 '위기' 단계 멸종위기종 등재
국내 법정 보호종엔 지정 안 돼…"9만 그루 죽고 100만 그루 남아"
"구상나무 밀집한 일부 지점 단순림 70%가 떼죽음…고사 속도 가팔라질 우려"



◆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정책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입니다. 기후위기로 침엽수 떼죽음, 한국이 유독 걱정되는 이유. 지난주에 식목일 앞두고 녹색연합에서 발표한 기후위기 침엽수 보고서가 화제가 돼서 오늘 그 내용 살펴보려고 합니다. 무려 10년간 백두대간을 관찰한 결과물인데요. 기후변화로 이 백두대간 국립공원에 걸쳐 상록침엽수가 떼죽음을 당해서 지금 멸종 단계에 이미 접어들었거나 진입한 걸로 의심된다는 거예요. 먼저 화면을 살펴보실게요. 보면 지리산 곳곳에서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고사한 모습입니다.

◆ 홍종호> 저렇게 하얗게 고사했네요.

◇ 최서윤> 그렇죠. 교수님, 구상나무 아세요?

◆ 홍종호> 제가 어릴 적부터 나무를 꽤 심긴 했는데 구상나무라는 침엽수는 모양은 알고 있었는데 이름은 잘 몰랐어요. 찾아봤더니 이게 제주도 방언이더라고요. 원래 이름은 제주도에서 '쿠살낭' 이렇게 부른대요.

◇ 최서윤> 구상나무, 쿠살낭.

◆ 홍종호> '쿠살'이 성게라는 뜻이랍니다. 그러고 보니까 생긴 게 정말 성게처럼 가시처럼 뾰족뾰족해요. 이번에 제대로 알았어요.

◇ 최서윤> 이름 유래가 뾰족뾰족함에서 왔군요. 구상나무가 소나뭇과예요. 바늘처럼 뾰족한 잎이 사시사철 푸르게 유지되는 상록 침엽수입니다. 아까 보신 사진처럼 잿빛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건 나무가 죽었다는 거예요. 죽어가는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서서히 죽어가는데 색깔이 변하는 데도 한 2~3년이 걸린다고 해요. 처음에는 녹색 잎이 노란색으로 변하고요. 그 다음에 서서히 갈색, 붉은색으로 점점 변해가는 갈변 단계가 한 6개월쯤 걸리고요. 이후에 잔가지 떨어지고 줄기만 남게 되는 겁니다. 녹색연합 보고서에서는 이걸 현장에서 직접 보고 사진을 찍은 거잖아요. 그래서 '마치 뼈를 발라낸 생선 같았다', '줄기와 굵은 가지가 하얗게 변해 해골과 같은 형태'라고 처참함을 표현했더라고요.

녹색연합에 따르면 구상나무의 떼죽음이 한반도 대륙 최남단에 있는 지리산의 해발 1200m 이상 아고산대에서 주로 목격되는데요. 구상나무가 밀집한 단순림 지역에서 집단 고사가 뚜렷하게 나타나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기감이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CBS 유튜브 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사진을 보니까 바로 옆에 생생한 푸른 구상나무가 있는데 적지 않은 나무가 고사돼 있어서 대비가 너무 돼서 상당히 충격적으로 와 닿습니다.

◇ 최서윤> 맞습니다. 이 구상나무가 해외에서도 유명하다고 해요. 해외에서 '코리안 퍼(Korean Fir)'라고 부르는데 학명이 '아비에스 코리아나(Abies Koreana)'입니다. 학명에 '코리아나', '코리안'이 들어갔다는 게 우리 고유종이라는 의미예요.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 남부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입니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서 주로 자라고요. 특히 미국이랑 유럽에서 코리안 퍼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퍼라고 하면 보통 전나무 종을 의미하는데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해서 '살아있는 트리'라고 불리는 나무들이잖아요. 지역별로 고유종이 있는데 트리용으로 인기 좋은 게 러시아 코카서스 지역에 자생하는 코카서스 전나무(Nordmann Fir)가 있고 터키시 퍼(Turkish Fir)도 있더라고요. 그것들과 함께 코리안 퍼,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 시장에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구상나무는 잎이 다른 것에 비해 더 빽빽하고 부드럽고, 라임 향 비슷한 좋은 향기가 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구상나무가 2010년대 들어서 죽어가는 모습이 포착된 거예요. 유엔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국제기구 IUCN,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목록을 정리해요. 레드리스트라고 해서 몇 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는데 구상나무가 2010년에 위기(endangered) 단계, 즉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 걸로 나옵니다.

◆ 홍종호> 이미 벌써 16년 전에 등재가 됐군요.

◇ 최서윤> 네, 그렇습니다. 그전에 좀 더 낮은 단계로 등록됐었던 것 같아요. 진짜 경고음이 울린 건 이때쯤, 2010년인 거죠. 멸종 위기 심각성에 따라 이 레드리스트가 9개 단계로 나뉘더라고요. 정보 부족이나 미평가 단계 제외하면 사실상 7개 단계예요. 제일 낮은 단계가 관심(Least Concern), 제일 심한 건 완전히 사라진 절멸(Extinct) 단계인데, 그다음이 야생 절멸(Extinct in the wild), 그다음이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바로 그 밑에 있는 위기 단계에 구상나무가 등재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 홍종호> 이렇게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우리 고유 품종 나무가 위기에 처했다니. 이것도 기후변화 때문입니까?

◇ 최서윤> 그렇습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구상나무 집단 고사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꼽힙니다. 겨울철 적설량 감소가 핵심 요인이라는 지적이에요. 구상나무가 겨울 내내 쌓인 눈이 봄까지 천천히 녹으면서 공급되는 수분에 크게 의존하는데, 2000년을 전후해서 지리산, 한라산 등의 주요 아고산대 지역에서 겨울 적설량이 급격히 감소한 걸로 나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랑 국립공원공단에서도 이걸 관찰해 왔다고 해요. 2009년부터 구상나무를 포함해서 백두대간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변화 상황을 모니터링해 왔다고 합니다.

심각성이 불거졌으니까요. 전국 국립공원 6개, 지리산·설악산·오대산·덕유산·태백산·소백산에 5곳씩 고정 조사구를 설정하고 거기서 과거·현재·미래의 변화상을 파악하는 추적 관찰 조사를 하고 있나 봐요. 특히 구상나무 같은 경우에 2014~2015년 집단 고사한 게 많이 관찰됐대요. 그래서 2016년부터 5년간 원인 분석을 했는데, 기후부 역시 그 원인을 기후변화로 꼽고 있습니다.

CBS 유튜브 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그 당시에는 기후부가 아니라 환경부였을 텐데, 환경부 입장에서도 기후변화다라는 거죠?

◇ 최서윤> 네, 5년간 조사해 봤더니 '2월 온도 상승, 3월 강수량 부족 같은 현상들이 구상나무 등 상록침엽수의 생육 스트레스에 영향을 줬다' 이렇게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 때문에 얘네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 구상나무를 포함해서 상록침엽수가 국내 법정 보호종에 올라와 있지 않아요. 기후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다는 점을 시민사회에서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왜 그럴까요?

◇ 최서윤> 기후부가 1987년 개정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00여 종을 법정 보호종으로 등재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육상 식물이 이 중에 70여 종이 되거든요. 그런데 쭉 봤더니 침엽수는 등재돼 있지 않더라고요.

◆ 홍종호> 아니, 기후변화로 구상나무를 포함한 침엽수가 고사하고 사라지는 현상이 지금 우리나라 산에서 목도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 법정 보호종으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하게 안 본다는 건가요?

◇ 최서윤> 비슷한 설명을 들었어요. 개체 수가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아까 기후부가 6개 국립공원마다 조사 포인트 지정해서 조사해 오고 있다고 했잖아요. 조사해 봤을 때 구상나무를 포함해 아고산대 상록침엽수가 지금 살아 있는 게 107만 그루 정도이고 고사한 게 9만 5천 그루. 전체 평균을 내보면 8.2% 정도 됩니다. 고사율이 10%가 조금 안 되고, 지리산 같은 경우에는 높아서 9.2% 정도 돼요. 그래도 아직은 100만 그루 이상이 살아 있지 않냐는 설명인 거죠.

◆ 홍종호> 저는 쉽게 이해가 안 되는 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굉장히 빠르게, 그러니까 선형적으로 고사되는 게 아니라 갑자기 급작스럽게 체증하면서 고사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아직 개체 수가 90% 정도 남아 있으니 법적으로 보호 안 한다? 조금 와닿지 않네요.

◇ 최서윤> 그 부분을 시민사회에서 지적하고 있는 거고요. 기후부에서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직까지는 개체 수가, 2014~2015년 사이에 엄청난 고사가 있었던 그 현상 빼고는 그 뒤에 '드라마틱하게 개체 수가 줄지 않았다'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시민사회에서는 교수님 방금 의견처럼, 전체적인 고사율만 볼 게 아니라 집단 서식지에서 육안으로만 봐도 분명하게 전체의 70%씩 집단으로 나무가 죽어버린 현상,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해발 1200m 이상의 아고산대가 되게 좁대요. 해외에는 아고산대가 서울시 크기로 엄청 넓은 면적에 존재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좁은 섬처럼 띄엄띄엄 분포하고 있대요.

그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냐하면, 기후변화로 국지적으로 기후위기 현상이 심해지면 나무들도 이걸 피해서 살려고 이동을 한대요.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옆으로 이동해야 되는데, 우리는 아고산대가 섬처럼 좁게 띄엄띄엄 있다 보니까 이동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고사 속도가 말씀하신 것처럼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거죠. 취재하면서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두 가지 문장이 있었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도 상록침엽수가 집단 고사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해요. 글로벌리(세계적으로) 고사율이 34%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지역들이 전체적으로 고사할 때 어떤 패턴이 있다고 합니다. 수평적으로는 위도상 남쪽에서 먼저 고사가 일어나고 그다음에 북쪽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더라. 우리도 지금 최남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수직적으로는 고지대에서 먼저 고사가 심각하게 나타나다가 저지대까지 옮겨가는 양상이 뚜렷하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우리도 지금 한라산이랑 지리산 고지대 집단 서식지에서 고사하고 있지만, 띄엄띄엄 자라고 있는 곳에 아직 많은 개체 수가 남아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지만, 이게 삽시간에 퍼져 나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거죠.

CBS 유튜브 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최 기자 설명을 들으니까, 우리 경제학에서도 환경 오염 또는 환경 피해가 선형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피해 비용이 매우 체증적으로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수업 시간에도 가르치거든요. 구상나무도 그런 현상의 하나로 상당히 강하게 와 닿습니다.

◇ 최서윤> 어떻게 보면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멸종 위기가 커지는 속도도 더 빠를 수 있다, 이렇게 해석됩니다. 녹색연합 분석에선 구상나무랑 같은 종의 가문비나무는 이미 멸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고요. 소나무는 금강 소나무 보호 구역에서 집단 고사가 관찰됐다고 보고서에 적었더라고요. 기후부랑 별도로 산림청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이거든요. 산림청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모니터링이 필요한 위기의 침엽수군'을 지정하긴 했더라고요. 7종, 구상나무랑 소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전나무 이런 것들을 꼽아서 관리하고 있긴 한데요. 아까 개체수 얘기를 했지만, 정량적인 고사목 수뿐만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나무 같은 경우에도 결실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학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성적인 조사도 필요하다는 거예요.

구상나무 멸종 위기는 우리 고유종이 사라지는 생물 다양성 위기이기도 한데, 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와도 맞닿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시민사회에서 국내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고사 문제를 산림청 차원이 아니라 기후부 차원에서도 다루면서 정밀 조사와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 정책의 일환으로 다뤄달라, 이렇게 요구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어요.

◆ 홍종호> 네, 그것도 되고, 또 생물 다양성 보전은 환경부, 지금 기후부의 고유 업무잖아요.

◇ 최서윤> 예, 그런 요구를 시민사회에서 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기후부가 매년 1인 1그루 나무 심어서 탄소 흡수하자, 이렇게 캠페인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반대편에서는 아주 중요한 탄소 흡수원인 나무들이 집단 고사하는 현상을 방치하고 있다, 이러면 조금 말이 안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요. 녹색연합 보고서를 보니까 집단 고사한 나무들이 국립공원 탐방로 근처에 그대로 방치된 게 많이 있다고 해요. 갑자기 쓰러져서 넘어지면 등산객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기후변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해야 될지, 이런 정책을 펴는 역할을 기후부가 하고 있고 우리도 여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잖아요. 저 높은 산 위에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 현상이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진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서 내용을 소개해 봤습니다.

◆ 홍종호> 아주 중요한 취재 내용이고요. 저는 구상나무가 우리 고유종이라는 거에 주목하고 싶어요. 많은 환경 경제학 분야 연구에 따르면 국민들이 고유 생물종에 대해 느끼는 애착심, 도덕적 책임의식이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세금 더 내서라도 이거 지키고 싶다'라는 의견이 굉장히 높게 나옵니다. 굉장히 일반적인 연구 결과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거여서, 기후부가 '아직 고사율 10% 안 되니 참자, 미루겠다' 이거는 국민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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