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소명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채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20대 남성 A씨가 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인적사항 공개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9년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입영 대상 판정을 받은 뒤,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대체역 편입을 신청해 2021년 이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체복무 제도가 징벌적이라는 이유로 소집에 응하지 않았고, 병무청은 이를 근거로 A씨를 인적사항 공개 대상자로 분류했다.
병무청은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사전통지서를 발송했지만 반송되자 추가 확인 절차 없이 곧바로 공시송달 절차를 밟았다. 또 2024년 12월 병무청 홈페이지에 A씨의 성명과 주소, 기피 사유 등을 공개했다.
이에 A씨는 사전통지서를 실제로 전달받지 못해 소명 기회를 잃었고,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기 전 이미 신상 공개가 이뤄졌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병무청이 A씨의 연락처와 이메일 등 추가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활용해 실제 송달을 시도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봤다. 단순히 우편물이 반송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시송달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병무청은 A씨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는데도 새 주소지를 확인해보려 하지 않고 곧바로 공시송달 절차로 나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공시송달이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보더라도, 그 효력이 발생하기 전 처분을 내렸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어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