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을 담당하는 2차 종합특검팀의 권영빈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부지사는 공범 관계인 방용철 쌍방울 전 부회장에게 권 특검보를 변호인으로 소개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변호 경력을 두고 일각에선 이해충돌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권 특검보 측은 대북송금 진술 회유와는 무관한 시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해당 사건을 변론한 적은 있지만, 이 전 부지사와 방 전 부회장 간 진술 논의 자리에 배석하지 않았고 쪽지를 전달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받을 당시 1·2심 변호를 맡았다.
당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방 전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권 특검보를 소개받기도 했다.
방 전 부회장의 경우 2022년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아니라 A씨에게 법인카드와 정치자금을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이후 이를 번복한 바 있다.
그는 2023년 3월 공판에 출석해 진술 번복 경위에 대해 "(법무법인)한결이라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영빈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대략적인 것들 어떻게 줬냐 그런 것들을 논의했고 거기 맞춰서 제가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방 전 부회장은 2023년 재판 도중 권 특검보가 동석한 상태에서 이 전 부지사로부터 진술을 회유하는 쪽지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당시 이 전 부지사와 방 전 부회장은 각각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었는데, 이 전 부지사가 '법인카드를 A씨가 받은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의 메모를 써서 전달했다는 증언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 전 부지사와 방 전 부회장을 모두 변호한 전력이 있는 권 특검보가 종합특검의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맡는 건 이해 충돌이 아니냐는 시각이 일고 있다. 아울러 변호 당시 이 전 부지사와 방 전 부회장 간 진술 모의와 회유 쪽지까지 권 특검보가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귀국하고 김 회장이 모든 것을 자백하자 방 부회장도 그간 허위진술을 했다고 인정하고 허위진술을 조작한 권영빈 변호사는 사임했다"며 "그랬던 변호사가 특검보가 돼 해당 검사더러 '사건 조작했다'면서 수사를 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이렇게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고 비판했다.
종합특검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권 특검보는 2012년 이화영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2022년 방용철의 업무상 배임 등 사건을 변론한 사실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방 전 회장이 권 특검보가 소속돼 있던 법무법인 한결을 방문해 상담을 하고 선임을 마친 후, 권 특검보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의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전 부지사가 방 전 부회장에게 쪽지를 전달한 법정에 권 특검보가 방 전 부회장의 변호인으로 출석한 사실은 있으나, 당시 이 전 부지사와 방 전 부회장이 나란히 앉아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을 권 특검보는 인지하지 못했다"며 "쌍방울 김성태 회장의 국내 압송 후, 2023년 초 권 특검보는 방 전 부회장으로부터 해임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 전 회장 역시 이 전 부지사에게 권 특검보를 소개받은 것도, 권 특검보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한 것도 맞다고 전제했다. 다만 제기된 의혹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방 전 회장은 이날 국정조사특위 증언 과정에서 "3~4개월 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던 때 권 특검보가 잠깐 변호를 해줬고, 그 다음에 (혐의 시인하기로) 마음을 돌려서 다른 변호사들이 변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권 특검보 사무실에서) 상담 때 사건의 경위를 설명한 것이지, '제가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까 이것을 커버해 주세요'하는 의미가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방 전 회장은 "4년 가까이 이 재판을 겪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옆에 있는 사람들도 피해가 가고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권 특검보에게) 사실관계가 아닌 걸로 피해가 갈까 봐 진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