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같은 법정에서 처음으로 마주했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다만 김씨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거부하면서 20여분 만에 증인신문이 종료됐다.
김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오후 2시 8분쯤 김씨는 교도관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법정에 입정했다. 검은 정장에 흰색 마스크 차림이었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윤 전 대통령은 김씨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어 김씨를 바라봤고 미소지었다. 이후 선서와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몸을 튼 채 시선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에 앞서 마스크 착용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마스크 착용은 제한 안하는데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할 대상자는 판례상 태도와 표정을 신빙성 판단 자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스크를 벗고 선서 후 신문에 응했다.
첫 질문은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이어진 질문에는 모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명태균씨와의 관계, 여론조사 제공 여부, 관련 문자와 통화 내용, 공천 관련 정황 등을 순차적으로 질문했다. 법정 화면에는 당시 메시지와 자료가 제시됐고, 윤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뒤 '체리따봉' 이모티콘으로 답한 정황도 언급됐다.
특검이 "이 같은 내용 알고 있느냐", "해당 이모티콘 남편이 사용하는 것 본 적 있나"고 물었지만 김씨는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김씨와 명태균 씨 간 통화 녹음도 재생됐다. 특검의 "지금 들은 목소리가 본인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김씨는 "증언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김씨는 시선을 주로 책상이나 법정 화면에 두었고, 피고인석을 향한 반응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대부분 증인석을 미소로 응시했다. 중간에 물병을 만지고 서류를 넘겨보는 것 외에는 김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피고인 측 반대신문이 없어 이날 증인신문은 20여분 만에 종료됐다. 오후 2시 41분쯤 김씨는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방호문을 통해 퇴정했다. 윤 전 대통령의 시선은 김씨가 퇴정할 때도 따라갔다. 이후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입가에 미소를 띠는 모습도 포착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김씨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태균씨로부터 약 2억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씨 역시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김씨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증인 채택을 결정했다. 변호인 측은 진술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재판부는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질문 기회는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서 녹취 파일과 관련 증거를 중심으로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선고는 6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