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는 슈바이처"…준강간범의 선처 통할까

[기자수첩]
준강간 항소심서 '헌혈·가족 공적·반성' 내세운 피고인…감형 노림수
항거불능 피해자 노린 범행에 촬영·유포까지…법조계 "양형 영향 제한적"


준강간 사건 항소심 법정에서 피고인 측이 헌혈 이력과 가족의 공적, 다량의 반성문을 앞세워 감형을 호소하면서 실제 형량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 14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37)씨와 B(34)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유흥가 일대에서 술에 취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물색해 성범죄를 저지른 뒤 그 과정까지 촬영·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측 변호인은 지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모두 13차례 헌혈을 한 이력과 조부가 전남 신안에서 의료 봉사를 펼쳐 '낙도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국민훈장을 받은 점 등을 들어 선처를 요청했다.

피고인들은 선처를 호소하며 이른바 '반성문 공세'도 이어갔다.

A씨는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 15일까지 3개월여 동안 모두 31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B씨도 지난 3월 17일부터 지난 9일까지 모두 4차례 반성문을 냈으며 일부는 10부, 6부씩 한꺼번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의 중대성에도 피고인 측이 범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요소들까지 양형 사유로 제시하면서 방청석에서는 한숨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같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하고 삶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겠다"며 "법을 준수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B씨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피해자들에게 깊고 지속적인 고통을 남겼다는 점을 반성하고 있다"며 "어떤 말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 생활 동안 인테리어 관련 일을 준비해 출소 후 성실하게 살아가겠다"며 "책임을 끝까지 안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반복하고 촬영·유포까지 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중대하다"며 항소 기각을 요청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같은 선처 호소가 실제 양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헌혈 이력이나 가족 이야기 등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변호인 입장에서는 제시할 수 있는 요소가 제한돼 형식적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재판부 역시 이러한 사정에 크게 반응하기보다는 참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실제 판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5월 12일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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