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로 숨진 4살 아이…법원 "병원 측 4억 배상"

상급종합병원·2차병원 공동불법행위 인정…전체 책임 70% 해당
형사재판선 업무상과실치사 무죄…민사선 4억 배상 판결

발언하는 고 김동희 군 어머니. 연합뉴스

응급실 뺑뺑이 끝에 숨진 4살 아이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 측에 약 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전날 김동희(사망 당시 만 4세) 군 사망 사건 민사재판 1심 선고에서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에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전체 책임의 70%에 해당하는 약 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편도 제거 수술을 한 상급종합병원이 119구급차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이송 중인 응급환자의 수용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고, 2차 병원은 미신고 대리 당직 상태에서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다"며 두 병원의 과실을 모두 인정했다.

동희군은 2019년 10월 4일 상급종합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후 상태가 악화돼 10월 9일 2차 병원을 찾았지만, 미신고 대리 당직 의사가 직접 치료하지 않고 119 이송만 지시했다.

119구급차로 이송되던 중 원래 수술을 받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수용을 요청했으나, 병원 측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동희 군은 20km 떨어진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 사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5개월 후인 2020년 3월 11일 숨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형사재판 1심에서는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크고 작은 업무상 잘못은 있었으나 피해 아동 사망과 인과관계가 명백히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피고인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형사재판에서 진료기록 허위기재 관련 의료법 위반죄와 응급환자 수용 거부 관련 응급의료법 위반죄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한 의사에게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 요청을 기피해 결과적으로 심정지 상태였던 피해자가 신속한 응급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됐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당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1천만 원이 선고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중 '손해배상 조건부 검사의 공소제기 불가 형사특례 조항' 삭제를 국회에 다시 촉구했다.

연합회는 "동희 사건은 형사고소를 통한 수사가 없었다면 절대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며 "해당 조항은 의료인이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을 때 피해자와 유족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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