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포는 인간"…조던 필의 문제작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

유령 대신 현실을 겨눈 19편, 읽을수록 불편해지는 공포

작가·배우 겸 감독 조던 필. 연합뉴스

공포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책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는 그 공포의 방향을 정반대로 돌려놓는다. 비명은 바깥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그 자체에서 터져 나온다.

'조동필'이라는 예명을 받을 정도로 한국팬들의 사랑을 받는 코믹 배우이자 '겟 아웃', '어스', '놉'으로 세계적 화제를 모은 영화 감독 조던 필이 엮은 이 앤솔러지는 19편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지만, '우리를 진짜로 두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한다. 유령이나 괴물이 아닌, 인간과 사회, 그리고 역사 속에 쌓여온 폭력과 불안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예컨대 '건방진 눈빛'(N. K. 제미신)은 단속 대상 차량에서 '눈'을 발견한 경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그 눈을 근거로 범죄를 찾아내고 성과를 쌓지만, 점차 자신의 폭력에 취해 간다. 공포는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권력을 쥔 인간이 어떻게 변질되는가에서 발생한다.

'눈과 이'(리베카 로언호스)에서는 괴물을 사냥하는 남매가 등장하지만, 독자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사냥이 아니라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아기 강탈자들의 침공'(레슬리 은네카 아리마)에서는 외계 존재가 인간의 몸을 잠식하며, 존재의 경계를 흔든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괴물보다 인간의 불안과 욕망을 더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역사적 현실과 맞닿은 공포다. 민권운동 시기를 배경으로 한 '그 승객'(타나나리브 듀), 해방된 흑인 공동체를 위협하는 폭력을 다룬 '노우드의 소란'(모리스 브로더스) 등은 초자연적 장치 위에 실제 역사적 억압을 겹쳐 놓는다. 그 결과 독자는 이야기 속 공포를 '상상'이 아닌 '기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황금가지 제공

작품들은 공간과 장르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나이지리아의 토착 신앙에서 비롯된 존재가 미국까지 따라오는 이야기, 카리브해 전설을 바탕으로 한 복수담,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미래 사회까지. 민담과 SF, 판타지가 교차하며 공포의 결을 확장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공포를 '카타르시스'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조던 필은 이 앤솔러지를 통해 그동안 주변부로 밀려났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말해지지 않았던 공포, 기록되지 않았던 경험들이 서사의 형태로 복원된다.

그래서 엔솔러지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를 읽는 경험은 단순한 독서에 머물지 않는다.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독자는 점점 불편해지고, 그 불편함이 오래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들려준 비명은 허구가 아니라, 이미 현실 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던 소리였다는 사실을.

N. K. 제미신·리베카 로언호스·캐드웰 턴불 외 지음 | 조던 필 엮음 |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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