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스라엘의 위선

영상 메시지 발표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세계2차대전 직후 국제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범죄에 주목한다. 특정 집단의 씨를 말리기 위한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학살 행위를 비롯해 이에 버금가는 물리적 위해, 비인간적 환경으로의 강제 이주 와 봉쇄 행위다. 대표적 피해 집단은 유대인들이었다. 나치 점령지의 유대인들은 '게토'로 불리는 집단 거주지로 강제 이주당했다. 철조망과 검문소가 게토를 철저히 봉쇄했고 식량과 식수, 의약품의 공급도 수시로 차단됐다. 게토 골목에는 굶주림과 질병으로 쓰러진 노인과 아이들, 여성들의 시신이 나뒹굴었다. 폴란드 바르샤바 등 일부 게토가 이 같은 봉쇄에 맞서 무장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나치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당했다. 게토에서도 살아남은 유대인 600만명은 결국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에서 학살당했다.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집단 학살 행위다.
 
전후 국제사회는 홀로코스트와 게토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른바 '제노사이드 협약'을 1948년 제정했다. '집단살해죄 방지 및 처벌을 위한 협약'으로, 특정 집단 전체 또는 일부를 제거할 의도로 살해하거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거나 적대적 환경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협약이다.
 
'피해자' 유대인이 세운 나라인 이스라엘은 1950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 이스라엘은 이 협약의 처벌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 지역에 투입된 이스라엘군 탱크.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의 가해자로 지목되는 것은 점령지인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집단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가자 지구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200여명을 살해하고 200여명을 납치하자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반격에 들어갔다. 개전 초기 두 달 동안만 이스라엘 공습이 1만 여 차례에 이를 정도였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 공격 1년 동안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4만 2천 여 명이 사망했고 9만 8천 명 정도가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은 민간인들이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속에 하마스가 있었기 때문에 합법적인 공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옥이 파괴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안전지대로 설정한 난민촌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난민촌으로 들어가는 식량과 물, 연료, 의약품 등을 수시로 제한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가자 지구 인구의 80%가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적도 있다며 야생 식물과 동물 사료에 의존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2024년 3월 기준 가자 주민 평균 340명이 화장실 1곳을, 1290명이 샤워 시설 1곳을 공동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가자 지구 내 병원과 국제구호단체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도 이어졌다. 2024년 4월에는 가자 지구에 식량을 전달한 뒤 이동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 차량 3대가 폭격당해 외국인 구호 활동가 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사전 이동 경로까지 협의했고 차량 지붕에 구호 단체 표시까지 붙였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정밀타격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난민촌으로 대피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느린 죽음'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비난에 대해서도 '식량이나 연료가 하마스 세력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반박에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앰네스티는 2024년 12월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 협약을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그해 11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사유는 가자 지구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인 공격과 기아 유발이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이 발효된 후 한 시민이 오토바이로 레바논 시내를 달리며 휴전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스라엘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자 지구를 폐허로 만든 뒤 지금은 이란과 레바논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은 이스라엘이 부추겼다는 분석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쯤되면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홀로코스트' 피해의식은 위선에 가깝다.
 
유대계이면서도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미국의 정치학자 노먼 핑컬스틴은 '위선은 악덕이 미덕에게 주는 칭찬'이라며 다음과 같은 비유를 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흉기를 들어 남편에게 휘둘렀다. 흉기에 베인 남편은 총을 쏴 아내를 해쳤다. 남편의 행위는 정당방위인가? 법 기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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