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 문화예술 기관인 부산문화회관이 인사권 남용과 근태 관리 부실, 예산 낭비 등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에 빠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는가 하면, 근거 없는 수당을 챙기고 출장비를 허위로 청구하는 등 공공기관이라고는 믿기 힘든 '백태'가 부산시 감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21일 부산시 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 이행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문화회관은 지난해 실시된 감사에서 총 44건의 부적정 사례를 지적받았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조직의 기강을 뒤흔든 인사권 남용이다.
지난 2024년 대표이사 공석 당시, 승진 권한이 없는 간부와 담당 팀장은 임의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가 적발됐다. 시 감사위는 이들에게 각각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으며, 회관 측은 정관을 개정해 대표이사 궐위 시 직무대행 체제를 명확히 하는 등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예술단원들의 근태 관리 역시 사실상 무법지대였다. 일부 예술단원은 질병 치료를 이유로 병가를 낸 뒤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어 견책 처분을 받았다. 또, 식사나 개인 연습을 핑계로 근무 시간 중 자리를 비우는 행위가 만연했다. 단장 승인 없이 타 단체 공연에 출연하는 등 겸직 규정을 어긴 단원들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회관 측은 이들의 연가를 차감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부정행위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출장 여비를 허위로 청구해 받아낸 직원은 문화회관 66명, 예술단 19명 등 총 85명에 달했다. 이들이 부정 수령한 930여만 원은 전액 회수 조처됐으나, 솜방망이 처벌인 '경고·주의'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례상 근거도 없는 수당을 임의로 지급하거나 외부 공연 경비를 과다하게 지출한 사실도 드러나 기관장 경고와 함께 관련 조례 개정 명령이 내려졌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지적 사항 44건 중 33건은 조치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11건에 대해서도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