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시작됐다. 첫 회의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이 신임 위원장 선출에 반대하며 퇴장하면서 향후 심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했다.
이날 위원들은 이인재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새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권 위원장은 2019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해왔다.
권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은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 가치 보호,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 고용 여건, 우리 경제 전반의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책무"라며 "밀도 있는 심의를 통해 합리적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위원회는 이후 여러 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 최저임금 수준 등을 심의한다. 이 가운데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는 올해 처음 논의된다. 법정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일로부터 90일 후인 6월 말이지만, 대체로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사 양측의 입장 차는 뚜렷하다. 노동계는 최근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모두 아직 최초 요구안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최소한의 보편적 안전망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한 논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위가 모든 일하는 노동자의 삶에 실질적으로 힘이 되는 인상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은 발언 직후 권 신임 위원장 선출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권 위원장에 대해 "윤석열 정부 시절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책임자로 주 69시간 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하고,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간사를 역임하면서도 독단적 운영으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낮은 인상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며 "내란 청산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내란 부역자를 위원장으로 선출해 회의가 진행되는 상황에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엄중한 경제 현실과 현장의 지불 여력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대내외 여건이 모두 악화한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동결조차도 현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자영업자 폐업이 계속 늘어 2024년에 100만 명을 돌파했고, 파산 신청 법인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보다도 더 많은 상황"이라며 업종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심의 개시 전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과 실질 인상, 최저임금위원장 공정 인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