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쇼크' 맞나…CU사태 비극의 진짜 원인은?[박지환의 뉴스톡]


[앵커]
     
이번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이 현장의 혼란을 자초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사건을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으로만 볼 수 있을지, 정책부 김동빈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일부 언론과 사측에서는 이번 사태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혼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부 언론은 지난달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일명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성 기준을 확대·명확화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혼선을 불렀고, 그 결과 교섭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BGF리테일 측은 화물 노동자들과 직접 계약을 맺은 주체는 자회사인 BGF로지스와 협력 운송사들이라며, 자신들은 법적으로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들을 '실질적 사용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원청을 상대로 한 이번 교섭 요구나 파업 자체도 정당성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BGF리테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날 경남 진주시 CU 진주물류센터 집회 현장에서 대체차량 출차를 막던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차량이 충돌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류영주 기자

[앵커]
     
노동계 입장은 정반대일 텐데요. 오히려 노란봉투법 취지에 맞는 정당한 요구라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취지 중 하나는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자는 데 있습니다.
     
화물 노동자들은 BGF리테일이 물량 배정, 운송 시간, 운임 구조 등 핵심적인 노동 조건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한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입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BGF리테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특히 화물연대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부터 원청 교섭을 요구해 왔고, 법 시행 이후 이를 보다 공식화한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동계 역시 이번 사망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노란봉투법 때문으로 단정하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갈등의 구조적 배경에는 사측의 교섭 거부가 있었지만, 사고 자체는 사측의 무리한 대체 차량 투입과 이를 둘러싼 현장 대응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겁니다.
     
특히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이 조합원들을 밀어내며 차량 출차를 돕는 과정에서 상황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입장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 노동부는 이번 사태가 노란봉투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죠?
     
[기자]
     
네, 노동부는 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이번 사안은 노조법상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특히 설명자료에서 화물 노동자들을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즉 자영업자 성격으로 표현했습니다.
     
물론 현행법상 특수고용 노동자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것은 일반적인 해석이긴 합니다.
     
하지만 사망 사고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노동 주무 부처가 이같은 표현을 쓰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BGF리테일이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해온 것과 맞물려 정부 인식이 결과적으로 원청의 교섭 회피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BGF리테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앵커]
     
그런데 법원 판단은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의 물량 배분 요구를 공정거래법상 담합이 아닌 정당한 단결권 행사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이들이 사업자 지위를 가지면서도 동시에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실질 소득 감소를 막기 위한 이들의 요구를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행사라고 본 겁니다.
     
이처럼 법원이 화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단결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단순히 자영업자의 이권 문제로 축소하거나 노란봉투법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입장과도 비교가 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2022년, 정부가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제재하려 하자 강하게 반발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화물연대가 노조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 집단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번 사안에서는 정부가 이들을 자영업자 성격으로 규정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책 일관성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종합적으로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이번 사건은 노란봉투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지위와 원청의 책임 범위, 그리고 정부의 정책 인식이 충돌한 사례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대체 차량 투입과 현장 대응 문제까지 겹치면서 갈등이 더 크게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정 대화 복원을 추진 중인 정부로서는 이번 사태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