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교회의 문제는 기독교 극우의 과잉 대표 현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그 주체가 되는 기독교 극우 세력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는 소극적이거나 외면했다는 데 있다."
하나세정치신학연구소 박성철 소장은 21일 오후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교회는 어떻게 정치에 참여하는가?'를 주제로 한 도시공동체연구소 제6회 CCG 컨퍼런스에서 "12·3 내란 이후 권위적인 통치자와 기독교 극우 세력의 결합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소장은 이어 "이는 교회 스스로가 정교분리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사실 근본주의 대형 교회들은 전광훈이나 손현보 등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스피커로 앞세웠고 경제적으로나 인위적으로 많은 지원을 보냈다"고 꼬집었다.
박 소장은 이에 앞서 "극우 세력과 결탁한 그리스도인들은 국군의 이란 파병을 주장하며 21세기 미국식 극우 논리인 트럼피즘(Trumpism)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은 한국교회가 기독교 정치 윤리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교유착 방지법 입법 논의와 관련해 박 소장은 "종교 집단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반복해서 불법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이미 이익 집단일 뿐 정상적인 종교 집단이라 말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며 사회적 다양성을 억압하려는 종교적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뿐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법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20조의 프로테스탄트적 이해'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한동대 법학부 이국운 교수는 "1948년 7월 12일 제정된 제헌헌법의 조문은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는 종속적 표현이었는데 1962년 헌법개정 논의에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대칭적인 문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표현 자체가 종교와 정치의 상호 분리이므로 정치가 종교에 간섭하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 만큼 종교가 정치에 간섭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며 "그러나 정교분리 원칙의 해석에서 중점은 제헌헌법의 문장처럼 '정치로부터 종교의 분리'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교분리 원칙에 대해 "정치를 종교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더 잘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권력을 동원한 법적 제재는 강제나 폭력, 또는 개개인의 '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통해 구체적인 위법행위가 발생한 경우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성석환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은 "한국 사회는 교회가 누구를 위해 말하는지,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지, 그 말과 행동이 어떤 열매를 맺는지 보고 있다"며 "교회의 정치 참여는 약자를 위한 정의, 공동체의 평화, 공동선을 향한 발언과 행동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소장은 이어 "계엄 이후 더욱 선명해진 한국교회의 잘못된 정치적 스텐스를 직시하고 복음에 합당한 공적 책임의 방식을 다시 묻는 용기가 절실하다"며 "국가와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위해 말할 수 있는 용기, 진영을 넘어 공동선을 말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