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갑질 논란에 휩싸인 약손명가의 가맹점주들이 2022년 초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의 선거 조직에 동원된 정황이 포착됐다. 국내에서 업계 1위로 평가되며 해외에도 수십 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대형 에스테틱 프렌차이즈가 특정 진영의 세 과시를 위해 이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2일 약손명가 가맹점주 40여명으로 구성된 약손명가 가맹점사업자협의회에 따르면 점주들은 20대 대선을 약 한 달여 앞둔 2022년 1월 윤 후보 명의로 발급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조직의 'K뷰티교육특보' 임명장을 문자메시지로 받았다. 임명장에는 윤 후보의 직인과 함께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조직본부 교육학부모네트워크특위 K-Beauty 교육 특보에 임명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점주들이 임명장을 받은 과정엔 가맹점에 대한 갑질 논란 중심에 있는 전 대표 A씨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십수 년 간 약손명가의 대표를 맡아온 A씨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지난해 중순쯤 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사내이사로 있다.
A씨는 2022년 1월 20일 약손명가 점주들이 가입되어 있는 SNS에 글을 올려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K뷰티 교육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고 해 줬더니 K뷰티 교육에 관심이 있는 직원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그러면 K뷰티교육특보로 임명을 해주겠다고 한다"고 공지했다.
A씨는 "원장들 중 이름과 전화번호를 국민의힘에 보내는 것이 힘든 사람은 연락달라"며 연락이 없을 경우엔 일괄적으로 명단을 보내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특보가 많을수록 (국민의힘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한다"며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물어봐서 최대한 많은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공지한 시점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50여일 앞둔 시점이다. 그리고 A씨 공지 후 약손명가 점주들에 특보 임명장이 하나둘씩 전달된 것이다.
CBS노컷뉴스가 접촉한 점주들 중 당시 문자메시지 기록이 남아 있는 점주 19명은 모두 임명장을 받은 기록이 있으며, 나머지 점주들도 대부분 같은 임명장이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손명가의 가맹점은 모두 100여개다.
실제 점주들 중 가맹점의 직원들 명단을 본사에 보낸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장기간 근무한 점주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선거에 참여 요구를 받았던 적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한 점주는 "A씨가 말하면 점주들은 그대로 따랐어야 하는 분위기라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특정 정치 집단을 위해 점주들과 직원들이 이용됐다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다른 점주도 "당시 공지를 자세히 읽지 못했고 임명장을 받았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 '내가 특보였나'라고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에 대해 약손명가 본사 측은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특정 참여를 거부했을 때 불이익이 있었다거나 명단 제출이 의무적으로 강제되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업계 차원에서 정책 개선을 요구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활동 자체는 다양한 산업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A씨는 "(당시 글을 올린 이유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글을 보니 어느 특정 정당을 지지하려는 의도라기보다 피부미용인들인 원장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글을 올린 것 같다"라고 했다.
약손명가 점주 수십 명은 A씨와 본사로부터 갑질과 불공정거래 피해를 당해왔다며 공정위 신고와 민형사 소송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