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실물경제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과 1500원선을 위협하는 고환율이 지역 제조업의 숨통을 조이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트리플 악재'에 꺾인 경기전망… 70선 붕괴 직전
23일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기업 252곳을 대상으로 '2026년 2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지역 기업들의 위기감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2분기 전망치는 '70'으로, 전분기(79)보다 9포인트나 급락했다. BSI가 기준치(100)를 밑돌수록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인데, 사실상 지역 제조업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하락의 배후에는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 대미 수출 관세의 불확실성,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원/달러 환율이 더해지며 채산성을 갉아먹고 있다.
전기·전자 '수직 하락'…믿었던 조선·자동차마저 부진
업종별 기상도는 더욱 처참하다. 특히 지난해 호조를 보였던 전기·전자 업종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전기·전자(64)는 전분기 121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글로벌 소비 위축과 해상운임 상승이 수익성을 직격했다.조선·기자재(83)분야도 한-미 협력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망치가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자동차·부품(83)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보다 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더 커지면서 '고환율의 역설'에 빠진 모양새다.
상반기 최대 리스크는 '비용 폭등'…투자 심리도 위축
지역 기업들은 올 상반기 경영의 최대 걸림돌로 '원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43.3%)'을 꼽았다. 이어 환율 변동성(31.7%)이 뒤를 이었다. 생존을 위한 사투 속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응답 기업의 11.9%는 이미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지연시키고 있으며, 그 주된 이유 역시 생산 비용 상승(63.3%)이었다.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지역 제조업은 러우전쟁과 대미 수출 관세에 이어 중동전쟁까지, 연이은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체감경기가 크게 위축되었다"면서 "대외 환경변화에 따른 지역기업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정부ㆍ지자체 차원의 자금 지원과 수출입 애로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