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에너지 부담을 낮추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통적인 논 관리 방식에 스마트 정밀 농업을 접목한 '저탄소 벼 재배 기술'을 확립하고 본격적인 확산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기후 위기와 에너지 공급망 불안에 대응해 경제·산업 전반을 저탄소 친환경 체제로 전환하는 '녹색 전환(GX)'을 추진 중이다. 특히, 벼 재배 분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8.6% 감축해야 한다.
'저탄소 벼 재배 기술'은 농가 경영비 부담은 낮추고 탄소 감축 효과는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세 가지 핵심 기술인 △벼 마른논 써레질(에너지 절감ㆍ온실가스 감축) △다중물떼기(온실가스 감축)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논 물관리 이행 확인 계측기(데이터 기반 검증)로 구성돼 있다.
먼저 '벼 마른논 써레질'은 논에 물을 채우지 않은 마른 상태에서 흙을 부수고(로터리) 고르는(평탄) 작업 뒤 모내기 직전 물을 대는 방식이다. 논에 물을 댄 상태에서 농기계를 반복 운행하는 기존의 '무논 써레질'에 비해 농기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7.7%, 토양 내 메탄 배출량은 14.0% 줄일 수 있다. 흙탕물 유출도 방지해 하천 생태계 보호 효과도 크다.
벼 마른논 써레질은 환경오염 저감 효과를 인정받아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과 2025년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에 잇따라 등록됐다.
'다중물떼기'는 벼 생육 기간에 논물을 조절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인 기술이다. 모내기 후 유효분얼이 끝나는 시기에 물을 빼는 '중간물떼기'를 실시하고, 이후 짧게 물을 빼는 '작은물떼기'를 이삭 패기 전후로 한차례씩 실시함으로써 기존 상시 담수 대비 메탄 발생량을 약 44%까지 줄일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논 물관리 이행확인 계측기'는 카메라와 수위 감지기(센서)로 물관리 이행 여부를 자동 측정해 서버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논 물관리 이행 여부를 증빙하기 위해 농업인이 직접 논 사진을 찍어 자료를 제출했다면 이 기술을 활용해 저탄소 논 물관리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빙함으로써 시간과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
또 저탄소 논 물관리 활동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향후 탄소 크레딧 확보나 저탄소 인증제와 연계해 탄소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저탄소 벼 재배 기술은 국제 유가 변동이 크고, 기후 위기가 심화하는 현 상황에서 농가 경영비 부담을 줄이고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는 핵심 기술로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국가 녹색 전환(GX)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탄소 벼 재배 기술 보급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벼 마른논 써레질 기술은 지난해 전국 8개 지역에서 추진한 신기술 시범사업을 통해 올해 12개 지역(60ha 이상)으로 확대 운영하고, 전라남도 자체 사업으로 6개 지역에서 실시한다.
논 물관리 이행 확인 계측기는 농촌진흥청 신기술 시범사업, 농림축산식품부 저탄소 농업프로그램과 연계해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다중물떼기 기술은 현장 실증을 거친 후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와 연계해 보급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저탄소 벼 재배 기술은 기후 위기와 에너지 공급망 불안 속에서 탄소 배출과 농가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다"며 "이번 기술이 저탄소 농업 체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발판이 되도록 현장 보급과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