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구성에 북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존재한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회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이 이를 '정보 유출'로 간주하고 대북 위성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곧바로 정치권으로 번졌다.
야당은 '외교·안보 참사'로 규정하며 정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고, 여당은 정치 공세라며 맞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SNS를 통해 구성 핵시설은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명백한 팩트"라며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 언론의 관련 질의에 "모든 파트너가 민감한 미국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하나다. 정 장관의 발언이 과연 기밀 유출에 해당하느냐는 점이다.
"구성 발언은 기밀 유출 아냐"…IAEA 전 사무차장의 판단
이 질문에 직접 답하는 대신 제3자의 시선을 빌렸다. 북한 핵 문제에 정통하면서도 한국도 미국도 아닌 인물,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적임자였다. 그는 북한 핵 사찰을 직접 주도한 이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현재는 워싱턴 스팀슨센터에서 북한·이란 핵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두 차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견해를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보 유출'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 장관의 발언은 상당히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구체적인 기관명이나 공장명, 인물, 좌표 같은 세부 정보를 특정하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 기밀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구성 핵시설의 존재 자체도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은 개연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핵시설 방문 당시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영변·강선의 원심분리기 사진이 단서를 제공한다. 해당 설비는 저농축 우라늄 생산용으로, 무기급(90% 이상) 농축은 별도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구성 지역은 원심분리기 생산과 관련 장비 개발에 필요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결국 구성 핵시설은 기밀이 아니라 공개된 사실들의 논리적 연결로 도달할 수 있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의도… 진짜 우려였다면 조용한 외교 택했을 것"
정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 아홉 달이 지나 다시 논란이 된 셈이다. 하이노넨은 "이번 논란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해당 발언에 진심으로 우려했다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한 '조용한 외교'를 택했을 것이다." 다만 '정치적 의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일부 국내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몽니'로 해석하기도 했다. 미국의 항의와 정보공유 제한 조치가 정 장관의 '구성' 언급 이후 한 달이 지난 뒤에 이뤄졌고, 그 시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병 요청을 한국 정부가 거부한 직후와 맞물린 점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이 부분은 해석과 추측의 영역에 가깝다.
미국의 제한 조치가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7일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를 통해서였다. '한미 소식통'을 인용한 이 보도는 "미국 측이 정보 공개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일 한겨레는 여권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하루 50~100장씩 쌓이던 대북 정보 공유가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취재원을 고려하면 정보는 한미 양측 어디선가 흘러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동맹 간 정보 마찰은 대개 물밑에서 관리된다. 이번은 달랐다. 민감한 조치가 외부로 공개되는 순간, 사안은 곧바로 정치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이런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워싱턴의 전략가들이 반복하는 말로 마무리한다. "동맹의 균열로 이익을 보는 쪽은 결국 적들뿐이다."
박형주 전 VOA 기자, 『트럼프 청구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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