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투자하는 방법의 하나는 증권사 보고서의 목표주가를 참고하는 것입니다. 인터넷과 SNS, 인공지능(AI) 등의 발달로 개인의 정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전문가 편향'을 감안해도 증권사의 연구원(애널리스트)의 분석에는 전문성이 담겨있기 때문인데요.
'컨센서스'는 시장의 실적 전망치 평균을 뜻합니다. 주가는 실적이 결정한다는 주식시장의 원리에 따라 개인은 컨센서스를 토대로 시장과 주가에 대응하는 것이죠. 실제 실적(확정치)이 컨센서스를 넘으면 어닝 서프라이즈, 반대의 경우 어닝 쇼크라고 표현하고요.
메리츠증권 이상현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코스피 12개월 선행 순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평균 –4.1%의 괴리율을 기록했습니다. 즉 평균적으로 실적이 컨센서스를 조금 밑도는 '어닝 쇼크'가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삼성전자 컨센서스 상승세…목표주가 30만원까지
삼성전자로 예를 들겠습니다. 지난 1월 증권가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30조 7천억원을 전망하며 목표주가 18만원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주가는 14만원이었고요. 이어 3월 증권가는 1분기 영업이익을 38조원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가 26만원이라고 밝혔는데, 당시 주가는 21만원대였습니다.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 2천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22만원에 육박한 현재 증권가는 30만원 이상을 목표주가로 내놓고 있고요.
3개월 동안 컨센서스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주가도 따라 올랐는데, 실제 실적은 컨센서스를 뛰어넘으니 목표주가도 덩달아 치솟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코스피도 덩달아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최근 순이익 컨센서스는 630조 9천억원으로 1년 전 200조원보다 215% 넘게 상승했습니다. 코스피는 이 같은 컨센서스 상향에 힘입어 최근 사상 처음으로 6500를 돌파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스피 8000시대'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컨센서스와 실제 실적 사이의 차이는 대체로 하반기부터 하회한다는 점을 유의해야겠습니다.
이상현 연구원은 "최근 10년 평균 기준으로 순이익의 분기말 추정치 대비 확정치 상·하회율을 살펴보면 △1분기 1.9% △2분기 2.5%로 상반기는 소폭 상회하는 경향이 있으나, △3분기 –4% △4분기 –23.3%로 하반기에는 크게 하회한다"면서 "4분기는 연말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는 계절적 패턴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취 감춘 가이던스…주식시장 질적 개선 필수요소
개인이 대응 전략을 고민할 때 증권사 컨센서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면에는 가이던스(전망공시)의 실종이 있습니다.경영진의 실적 예상치를 뜻하는 가이던스는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경영진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거나 파는 것은 실적이나 이슈에 대한 '간접 신호'인 반면, 가이던스는 직접 숫자로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가이던스를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하윤 연구위원이 집계한 가이던스 비율은 코스피 기준 2000년대만 해도 30%에 육박했지만, 2020년대 들어 10%를 밑돌고 있죠. 가이던스 비율은 전체 상장기업수에서 가이던스 빈도를 나눈 값입니다.
그 이유는 경영진의 주가와 연동한 성과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문화입니다.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시장의 기대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투자자와 소통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인데요.
가이던스가 거의 없는 더 큰 이유는 제재 위험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가이던스가 실적과 큰 차이를 보이면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가능성이 발생하고,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영진이 가이던스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죠.
미국은 가이던스가 활발한 데 '면책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이던스를 제공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경영진의 법적 책임이 제한됩니다. 스톡옵션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 주가 연동형 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하고요.
일본은 명시적인 면책 제도가 없지만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 규정을 통해 가이던스를 요구하고, 상장사들이 이에 응하고 있습니다. 또 상장사들은 실적이 가이던스에서 크게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수정 가이던스를 제공하는데요. 시장도 가이던스를 수정하는 것에 관대한 분위기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주식시장의 질적 개선을 위해 가이던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자본시장의 정보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개인투자자와 소수주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투자자에게도 한국 자본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