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기존에는 감사원장 직권으로 하던 수사요청을 감사위원회 보고를 거치도록 내규를 정비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주도 하에 이뤄진 주요 감사들이 '정치·표적 감사'라는 지적을 받아들여, 감사원의 수사요청 절차에 일종의 제동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을 지난 28일 일부 개정했다. 개정된 내규에 따르면 감사원장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경우 사전에 감사위원회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선 감사위원회 보고, 후 수사요청이 원칙이나 긴급한 사항일 경우 예외적으로 사후보고도 가능하다.
현행법상 감사원은 감사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수사기관 고발을 한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으면 고발이 아닌 수사요청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고발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수사요청은 감사원장 직권으로 이뤄져 신속히 수사기관 이첩이 가능했다.
이 같은 구조는 지난 윤석열 정부 당시 표적감사 논란의 불씨가 됐다. 감사원이 당시 야권 인사를 잇달아 감사한 뒤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곧바로 검찰에 수사요청을 하면서 '표적 감사'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 감사원이 감사위원회를 사실상 배제한 채 검찰에 수사 단초를 넘기는 통로로 수사요청이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2022년 10월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의뢰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쟁점이 된 서해 피격 사건(2022년 10월), 국가통계 조작 사건(2023년 9월) 등도 감사원의 수사요청이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됐다.
앞서 민주당은 2022년 10월 감사위 의결 없이는 감사 개시나 수사요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했으나 법 개정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이어 감사완박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이번에 법 개정 대신 내규 정비를 통해 선제적으로 절차를 손질한 셈이다. 앞서 감사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9월 16일 표적·정치 감사 논란을 스스로 바로잡자며 운영쇄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는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 7대 감사를 재점검하고 "정치 감사와 무리한 감사로 많은 분께 고통을 드렸다"라며 사과했다.